일본의 대형 편의점 체인 ‘로손’이 색다른 방식으로 여행객들의 숙소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바로 ‘차박(차에서의 숙박)’을 공식 서비스화해, 매장 주차장에서 합법적이고 편리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본 여행 붐으로 숙박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저렴하게 하루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로손은 이를 기회로 포착해, 주차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숙박 서비스를 기획했다.
지바현 6개 매장서 시작, 전국 확대 가능성
이번에 처음 시범 운영되는 지역은 지바현의 6개 매장. 1박 비용은 2,500~3,000엔(한화 약 2만4000~2만8000원) 수준으로, 호텔이나 민박 대비 매우 저렴하다.
캠핑카나 대형 차량도 주차할 수 있게 1대당 주차칸 2개를 제공하며, 투숙객은 매장 전기와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로손에서 구입한 음식 포장 쓰레기는 매장에서 수거해주는 등 편의성도 고려했다.
온라인 예약제 도입, 쾌적한 ‘공식 차박’으로 전환
로손 측은 “무단 차박이나 차량 내 취침으로 인한 문제를 공식 서비스로 전환해 관리하고, 동시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선결제 후 진행되며, 체크인은 오후 6시 이후, 체크아웃은 오전 9시까지로 규정해 야간 숙박 수요에 특화했다.
로손은 일본 전역에 1만400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그중 약 3000곳 이상이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젊은층·반려동물 동반 가족 등 타깃층 명확
일본 언론들은 특히 젊은 여행객, 예산이 빠듯한 단기 여행자, 반려동물을 데리고 이동하는 가족 단위 고객 등이 주 고객층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 소도시 공연·축제 시즌에는 인근 숙소가 만실이 되는 경우가 많아, 대체 수요를 끌어들일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생활 인프라’ 진화의 한 장면
이번 로손의 시도는 편의점이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생활 인프라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내에서 편의점은 이미 택배, 공과금 수납, ATM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흡수해왔다. 이제는 주차장을 숙박 서비스로 전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편의점의 주차 공간이 협소하거나 상권 밀집도로 인해 유사 모델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도심 외곽이나 고속도로 휴게소형 매장, 관광지 편의점에는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공간의 유휴가치’를 사업화하는 대표적인 혁신으로, 저성장 시대 소매업계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