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인구가 늘면서 외식업계의 메뉴 전략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많이, 크게’에서 ‘가볍게, 혼자서’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치킨과 피자 메뉴다. 예전에는 최소 한 마리, 한 판이 기본이었던 메뉴들이 이제는 반마리, 1인용으로 다양화됐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반마리 세트”, “싱글 메뉴”를 앞세워 1~2만원대 가격으로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일부 브랜드는 배달앱에서 ‘1인용 메뉴 전용’ 카테고리에 입점해 최소 주문금액 제한을 없애거나 할인 혜택까지 붙였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대형 파티용 이미지를 벗어나 개인용으로 크기를 줄인 메뉴가 늘었다. 일부 브랜드는 전 매장에서 1인 전용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5조각으로 나눠 먹기 편하게 만든 전용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주류 시장도 변화가 분명하다. 과음하기 싫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100㎖ 내외의 초소형 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주’ 문화에 맞춰 한두 잔 분량으로 출시된 이들 소용량 술은 가벼운 혼술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다.
이런 트렌드의 배경에는 명확한 숫자가 있다. 전국 1인 가구는 이미 1000만을 넘었다. 통계청은 2030년엔 전체 가구의 35%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식업계가 이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배달앱 업계도 움직임이 빠르다. 업계 1위 앱은 1인분 주문을 위한 전용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최소주문금액을 없애면서 소량 주문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한 달여 만에 이 카테고리 주문 건수와 이용자 수가 10배 넘게 늘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식생활이 ‘혼자 먹기 좋게’ 변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혼밥·혼술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제 외식업계의 경쟁력은 ‘많이’가 아닌 ‘맞춤’에 달려 있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정교하게 파악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