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세금을 꼬박꼬박 낸 뒤엔 잊는다. 하지만 당신이 낸 세금이 사실상 ‘포인트’로 쌓여 영화관·휴양림·여객선 할인쿠폰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이른바 ‘세금 포인트’ 제도는 성실 납세자에 대한 작은 보상이자, 조용한 혜택이다. 그러나 정작 활용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제도가 생긴 지 20년이 넘도록 이 ‘숨은 혜택’이 사장되는 걸 막기 위해 올해부터 대대적인 홍보와 개선에 나섰다.


■ “세금 낸 사람에게 포인트”…어떻게 쌓이나?

세금 포인트는 소득세·법인세 등 자진 납부액 10만원당 1점씩 적립된다. 예를 들어 연간 근로소득세 100만원을 낸 사람은 10점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개인·법인 모두 연간 최대 50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매년 3월 국세청이 전년도 납부액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부여한다.

■ 활용률 0.8%…왜 안 쓸까?

문제는 사용률이다. 지난해 기준 78만명이 9억9000만점 넘게 받았는데, 실제 사용된 포인트는 800만점 남짓. 사용률이 고작 0.8%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존재를 모르는 사람 많다.

써야 할 곳을 잘 모른다.

홈택스나 손택스 앱을 켜야 조회·사용 가능하다.

결국 ‘아는 사람만 쓰는 혜택’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 올해부터 5년 지나면 소멸…“써야 산다”

국세청도 문제를 인식했다. 올해부터는 포인트를 부여받고 5년 동안 안 쓰면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제도를 바꿨다. 대신 2024년 이전 적립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변화는 ‘묵혀둔 포인트’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의도다. 국세청은 홍보 예산도 두 배 이상 늘려 알리기에 나섰다.

■ 어디서 어떻게 쓰나? – 일상 속 할인 혜택

세금 포인트는 현금처럼 바로 환급받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쏠쏠한 할인쿠폰 역할을 한다.

영화관(CGV) : 2포인트로 최대 2000원 할인

국립자연휴양림 : 1포인트당 1000원 할인

중소기업 유통센터 : 5~25포인트로 5% 할인

동반성장몰 : 우수 중소기업 제품 5% 할인

이 외에도 마라도·가파도 여객선 승선권 할인, 박물관·아이스링크 입장료 할인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 포인트는 손택스 앱에서 쿠폰 형태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 숨겨진 ‘큰손 혜택’ – 세금 납부 유예 담보로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금 포인트의 가장 독특한 기능은 ‘납부담보 면제’다.

1포인트당 10만원 상당의 납세담보를 대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포인트가 있으면 100만원의 세금을 일정 기간 뒤로 미룰 때 담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자처럼 현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힐 때 유용한 수단이다. 또 1000만원 이하 소액 체납자는 재산 매각 유예를 받을 때도 포인트를 담보처럼 활용할 수 있다.

✅ 기자의 시선

세금 포인트는 성실 납세자에게 “세금도 혜택이 된다”는 작은 보상이자 금융 유연성을 주는 도구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이 낮아 ‘그들만의 혜택’으로 머물러왔다.

정부가 올해부터 소멸제를 도입하고 사용처를 확대하면서 제도 활성화를 노리고 있지만, 진짜 관건은 사람들이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세금은 내야 한다. 대신 낸 만큼 혜택도 돌려준다.”
이 간단한 약속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더 직관적인 홍보와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