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는 여름철 3분기(7~9월)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고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단순한 소비자 부담 완화 이상의 배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 정부, 3분기 전기요금 ‘동결’ 결정…㎾h당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정부와 한국전력은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는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항목 중 하나로, 최근 연료비 추이에 따라 매 분기 조정되는 유일한 요금 요소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통상적으로 석탄과 LNG 등 주요 연료 가격의 3개월 평균을 반영해 ±5원 범위에서 책정된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만큼, 기준상 -6.4원 수준으로 인하가 가능했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 전기요금 인하 요인은 충분했지만…“한전 재정 고려”

실제로 직전 3개월간의 연료비 하락은 전기요금 인하 명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 규모와 미조정 요금 누적분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전 누적 영업적자: 2021년 이후 약 30.9조 원

총부채: 205조 원(역대 최대치)

전력 당국은 한전이 아직 정상적인 수익구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며, 과거 인상 유보로 발생한 손실을 더 이상 누적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주택·소상공인 요금 동결은 유지…“생활물가 부담 최소화”

이번 동결 조치는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상가, 음식점 등)**에만 해당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지난해 9.7% 인상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추가 조정 없이 유지된다.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이 폭증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전체 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우선에 두었다.

🔹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맞물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한전이 주도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 사업이 그 핵심으로, 총 8GW급 송전 능력을 목표로 7조 9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서도 한전의 재정 회복이 선결 과제라는 점에서, 이번 전기요금 동결은 단기 물가안정과 장기 에너지 기반 마련 사이의 절충점으로 해석된다.

🔚 정리: “표면은 동결, 속은 구조개선 압박”

전기요금이 동결됐다고 해서 실질적인 비용 압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한전에 대해 “재무구조 정상화 자구책 이행”을 주문했고,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적자의 고리를 끊고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