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cus)가 4월 21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했다.
그는 하루 전날인 부활절 일요일, 수많은 신도들 앞에서 마지막 축복을 전하며 생애의 마지막 공개 모습을 남겼다.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절을 축하합니다”

20일 일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35,000여 명의 신자들은 오랜 병환 끝에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조용한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교황은 산소 호흡기 없이 등장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고 힘겹게 말하며 축복을 전했다. 이는 교황의 마지막 육성 발언이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로마 시민 마우로는 “이번엔 다들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마치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 병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자 곁에”

프란치스코는 올해 초 양측 폐렴으로 38일간 입원한 뒤, 의료진의 “두 달 이상 절대 안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부활절만큼은 신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병원 퇴원 후 곧장 바티칸의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4월 13일 성지 주일 미사에서도 깜짝 등장했고, 영국 국왕 찰스 3세 부부와의 만남,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 방문까지 강행하며 인간적 행보를 이어갔다.

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 교황은 수감자들에게 “발을 씻어줄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여러분 곁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 전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일화를 떠올리게 하며 신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 바티칸 “뇌졸중 및 심장 기능 정지로 선종”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새벽, 산타 마르타 관저에서 조용히 선종했다. 바티칸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뇌졸중과 심장 기능 정지"가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가 머문 공간은 과거 교황들이 사용하던 화려한 아파트가 아닌, 신자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선택한 단출한 방이었다. 그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교황직 내내 소박한 삶의 태도를 유지해왔다.

📸 유언처럼 남은 ‘우르비 엣 오르비’ 축복

선종 직전, 교황은 부활절 대축일에 전 세계에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축복을 전했다. 이는 라틴어로 “도시와 세계에”를 뜻하며, 교황이 주요 절기에 전하는 가장 상징적인 축복이다.

당시 교황은 연설을 하지 못했고, 대주교가 미리 준비된 연설문을 대신 낭독했다. 이후 그는 광장에 내려가 오픈카에 탑승해 마지막으로 신자들과 눈을 마주하며 손을 흔들었다. 일부 아기들이 가까이 다가가 그의 축복을 받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신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고통 속에서도 약속을 지켰어요. 마지막 부활절을 우리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 교황 프란치스코를 기억하며…

프란치스코는 첫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냈던 인물로 기억된다.
그의 선종 소식은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 신자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겼으며, 바티칸에서는 현재 후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 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