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람들의 일상 속 아늑한 쉼터였던 스타벅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 한다. ‘제3의 공간’이라는 상징적 브랜드 철학을 되살리기 위해 스타벅스는 매장 내 편안한 의자, 세라믹 머그잔, 콘디먼트 바 등 과거의 따뜻한 감성을 복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몇 년 간 스타벅스는 모바일 픽업 중심의 효율성 위주 구조로 변화하면서 매장 내부의 좌석 수를 대폭 줄였고, 이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실제로 한 이용자는 틱톡에 “우리 동네 스타벅스 리모델링 이후 좌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젠 단순한 테이크아웃 매장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 스타벅스는 원래 ‘커피숍’이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서 원두와 찻잎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시작했다. 카페 형태로 변모한 것은 하워드 슐츠 전 CEO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1987년 자사 브랜드를 인수하고 ‘일지오르날레(Il Giornale)’와 합병하면서부터다. 슐츠는 카페를 가정과 직장 외의 ‘제3의 공간’으로 정의하며 스타벅스를 ‘소통과 여유의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 앉을 수는 있지만, 오래 있고 싶진 않았던 공간
1990~2000년대 스타벅스는 보라색 벨벳 소파와 라운지형 테이블을 도입해 ‘살아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디자인이 “진짜 공동체 구축보다는 혼자 있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둥근 테이블이나 애매한 위치의 좌석은 장시간 대화보다는 짧은 머무름에 적합했다는 해석이다.
■ ‘체류 금지형 매장’으로 전락한 2020년대
모바일 주문 증가와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테이블을 줄이고, 화장실 개방 정책도 중단했다. 특히 노숙 인구 증가와 안전 이슈를 이유로 불편한 좌석과 박스형 인테리어가 적용되며, ‘제3의 공간’이라는 상징성은 점차 퇴색했다.
심지어 창립자 슐츠 전 CEO조차 링크드인에 공개 서한을 올려 본사의 정책을 비판했다.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된 ‘스타벅스는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칼럼도 화제를 모았다.
■ 다시 돌아오는 보라색 의자와 손글씨
이러한 비판에 반응하듯, 스타벅스는 2025년 초부터 매장 분위기 회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라이언 니콜 CEO는 주주총회에서 “스타벅스는 여전히 살아있는 제3의 공간이다. 고객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쿠션이 있는 소파형 의자 도입
세라믹 머그잔 제공 및 일부 음료 리필 가능
셀프바(콘디먼트 바) 복원
일부 매장에서 손글씨 이름 다시 표기
■ 분위기 이상의 것…다시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경험경제’를 처음으로 정의한 전문가 B. 조셉 파인(Pine II)은 “매장을 채우는 가구뿐 아니라, 바리스타와 고객 간의 소통이 브랜드의 진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벅스의 변화를 환영하며, “고객이 그곳에 있고 싶게 만들어야 진짜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다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스타벅스는 현재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살고 싶은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한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다. 목재 마감, 조용한 조명, 넉넉한 공간 배치가 특징이며, 회사 측은 향후 글로벌 매장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