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서울 강서구의 한 골목 상권. 가게 셔터는 닫힌 채 '임대문의' 안내문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와 샌드위치 가게가 나란히 영업 중이었지만, 두 곳 모두 창업 2년도 채 안 돼 폐업했다. 이 거리를 지나던 김 모 씨(43)는 씁쓸하게 말했다. "주변 가게들 다 바뀌었어요. 하나 열면 하나 닫히고, 살아남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이 수치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폐업한 소상공인의 약 40%가 창업 후 3년 이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기간 평균은 6년 6개월이지만, 그마저도 버티기 힘든 현실이 확산되고 있다.
▲ "문을 닫는 순간에도 빚은 1억이 넘었어요"
이번 조사는 2021년 이후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을 수령한 820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폐업 당시 평균 부채는 1억236만 원. 이 중 제조업은 평균 1억4천여만 원, 숙박 및 음식업은 약 9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가게를 정리하는 데 드는 평균 폐업 비용은 약 2,188만 원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 폐업 비용은 3천8백만 원대로 숙박음식업의 세 배에 육박했다.
폐업 이유로는 매출 부진(86.7%), 개인 사정(28.7%), 신규 사업 전환(26%) 등 복합적 요인이 꼽혔으나, 공통된 배경에는 지속되는 내수 침체, 임대료·인건비·원자재값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 지원제도, 10명 중 8명은 몰라서 못 썼다
놀라운 점은 정부가 운영 중인 각종 자영업자 지원 제도를 응답자의 78.2%가 활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희망리턴패키지, 새출발기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절차의 복잡성, 접근성 문제, 혹은 인지도 부족 탓에 정작 폐업 현장에선 체감되지 않는 셈이다.
반면, 노란우산공제금은 응답자의 71.1%가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곧, 직접적이고 간편한 현금성 보장 장치가 현장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창업도, 폐업도 혼자 싸우는 느낌이었다"
은퇴 후 음식점을 창업했던 이 모 씨(52)는 폐업 당시 심경을 이렇게 털어놨다. "하루하루 손님이 줄어드는 걸 느끼는데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어요. 폐업하면서 보증금 돌려받는 것도, 직원 정리하는 것도 결국 혼자 했죠."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단순히 '사업 실패자'가 아니라, 시장 구조 변화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폐업을 '패배'가 아닌, 새로운 출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재창업이나 재취업 프로그램이 실질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더 늦기 전에...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때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자영업 현실은 단순히 '빚을 안고 문을 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넘어, 국내 내수 구조의 위험 신호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대출금 상환 유예, 폐업 비용 지원, 진로 설계 교육 확대, 고용보험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매년 100만 명 가까이 창업하지만, 그 절반 이상이 5년을 버티지 못하는 한국 자영업 생태계. 이제는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환상보다는, '지속 가능한 자영업 시스템'을 설계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