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상원의원 밥 메넨데즈(Bob Menendez)의 아내 나딘 메넨데즈(Nadine Menendez)가 남편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녀는 현금, 금괴, 고급 자동차 등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부정 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배심원단은 전 항목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메넨데즈 전 상원의원은 지난해 같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오는 6월 11년형의 실형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딘은 남편보다 6일 뒤인 6월 12일에 형량 선고를 받을 예정이다.
■ “사랑에서 시작된 범죄 공모”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범죄의 파트너였다”며, 2018년 초에 시작된 두 사람의 연애와 함께 뇌물 수수 정황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2022년 FBI가 뉴저지 주 잉글우드 클리프에 위치한 부부의 자택을 급습했을 때, 480,000달러 상당의 현금, 수십만 달러 상당의 금괴,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컨버터블 차량이 발견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신발 상자, 재킷 안주머니 등에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나딘은 당시 약 2만 달러의 모기지 연체로 자택을 잃을 위기에 있었으며, 사업가 웨일 하나(Wael Hana)가 이를 대신 상환해주며 뇌물 수수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후 메넨데즈 전 의원은 하나의 사업 독점을 유지하도록 이집트 정부에 유리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살인 교통사고 이후 받은 벤츠’도 뇌물
나딘은 차량 사고로 한 명의 보행자를 사망하게 했고, 기존 차량이 파손된 상황에서 사업가 호세 우리베(Jose Uribe)로부터 고급 벤츠 차량을 뇌물로 제공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가로 남편 메넨데즈는 뉴저지 검찰총장에게 우리베 측 인물들에 대한 수사 중단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업가인 프레드 다이브스(Fred Daibes)는 금괴와 현금 뇌물을 제공하며 자신의 형사 사건을 무마하고, 카타르 국부펀드로부터 9,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받는 데 있어 메넨데즈의 영향력을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 “정부 권력은 매매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나딘 메넨데즈가 남편의 정치적 지위를 활용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집트 정부를 대신해 상원 동료에게 서한을 작성해 인권 문제 우려를 줄이고 군사 원조 3억 달러 제공을 촉진한 행위는, 외국 정부 대리인으로서의 위법 행위로 간주됐다.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매튜 포돌스키(Matthew Podolsky) 연방 검사는 "이번 평결은 정부 권력이 돈으로 팔릴 수 없으며, 부패를 조장하거나 중개한 자 역시 예외 없이 처벌받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동 피고인이었던 사업가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으며, 하나는 8년형, 다이브스는 7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베는 유죄를 인정하고 증언에 협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