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나 불편함이 거의 없어 발견 시점이 늦고, 치료 예후도 좋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1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 위험한 질환이 일상 속 아주 작은 변화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들이 최근 주목하는 신호 중 하나는 바로 소변과 대변의 색 변화다.

▶ 콜라색 소변, 단순 탈수로만 보면 위험한 이유

평소보다 소변 색이 눈에 띄게 짙어지고 갈색에 가까워졌다면 단순히 “물을 덜 마셔서 그렇다”고 넘기기 쉽다. 그러나 췌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 변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췌장은 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와 밀접하게 붙어 있다. 만약 췌장에 종양이 생겨 담즙이 흐르는 길을 압박하면, 담즙 성분이 정상적으로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혈액으로 역류하게 된다. 이때 색소 성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소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소변 변화는 특히 췌장의 머리 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교적 이르게 관찰되는 특징이 있다.

▶ 대변이 하얗고 기름지다면 ‘소화 문제’만은 아니다

변 색도 중요한 단서다. 정상적인 대변이 갈색을 띠는 이유는 담즙 때문이다. 담즙이 장으로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으면 대변 색은 점점 옅어지고, 심한 경우 회백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변을 보게 된다.

이와 함께

· 변에 기름기가 많고

· 악취가 심하며

· 물에 잘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 동반된다면

지방 소화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단순 장 트러블이나 식습관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신호다.

▶ “증상이 없어도 안심은 금물”… 고위험군은 따로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두 췌장암은 아니다. 반대로, 아무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의료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췌장암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 오랜 기간 흡연해 온 사람

· 만성 췌장염 병력이 있는 경우

· 50대 이후 당뇨가 갑자기 악화된 경우

췌장에 점액성 낭성 병변이 발견된 적이 있는 경우

이 범주에 속한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체크가 중요하다. 특히 췌장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진과 상담 후 복부 CT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 췌장은 말이 없다… 대신 ‘색’으로 신호를 보낸다

췌장암의 가장 무서운 점은 조용히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통증도, 뚜렷한 불편함도 없이 몸속에서 자라다가 뒤늦게 발견된다. 그렇기에 소변과 대변처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단서다.

평소와 다른 색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스스로 진단하기보다 병원을 찾는 선택이 가장 빠른 대응일 수 있다.
췌장은 말을 하지 않지만, 몸은 분명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