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형 정책 펀드가 더해질 경우, 국가 재정과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국부펀드는 국유재산이나 공기업 지분 매각, 상속세 물납으로 확보한 주식 출자 등을 통해 초기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기에 필요할 경우 재정을 일부 투입하거나,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충하는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재원 조달 방식이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부펀드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이나 대체투자 등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적인 사업 성격을 갖고 있어, 결국 정부 재정이나 보증성 자금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 보증이 붙은 채권 조달은 단기적으로는 자금 마련이 수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운용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보증채무는 즉각적인 국가채무로 잡히지는 않지만,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대신 상환해야 하는 잠재적 부채다. 이미 국가보증채무는 향후 몇 년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추가적인 보증성 조달은 재정 여력을 더욱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성장펀드 역시 재정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체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정부 보증이 수반되는 채권으로 조달할 계획이어서, 관련 보증채무가 중장기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대외 투자 성격의 대미 투자 펀드까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 책임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정부는 싱가포르 테마섹이나 호주 퓨처펀드와 같은 해외 국부펀드를 참고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비교적 소규모 자산으로 출발해 장기간 운용 성과를 통해 규모를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출범 당시의 경제 여건과 재정 구조, 공기업 자산 구성 등은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부펀드의 성패가 단순한 출범 여부가 아니라 재원 조달 구조와 운용 원칙에 달려 있다고 본다. 초기 자금 규모를 무리하게 키우기보다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정부 재정과 국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운용 체계와 명확한 성과 평가 기준 마련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결국 국부펀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필요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동시에 여러 개의 대형 정책 펀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한계와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