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처별 업무보고를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하며 기업 책임성과 공공행정의 긴장감을 동시에 강조했다. 특히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쿠팡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현행 처벌 체계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업무보고는 준비된 문답만 오가던 기존 방식과 달리, 각 부처의 실무 책임자까지 카메라 앞에서 의견을 말하도록 독려한 이례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은 발표 내용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연된 과제나 불명확한 답변에는 즉각적인 질의를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 개인정보 유출 사태 겨냥…“실무자만 처벌하는 구조로는 못 막는다”
쿠팡은 최근 3천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입자가 피해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그러나 기업의 지배 구조와 법적 책임 범위가 맞물리면서, 실제 경영 판단을 내리는 최고 책임자에게까지 직접 처벌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과 같은 형사처벌 방식만으로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무 관리자가 처벌을 받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구조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형식적인 처벌이 아닌 경제적 제재 등 실질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동부 보고에서는 다시 ‘쿠팡’ 언급…산업재해 문제도 직접 지적
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이어지자 대통령은 새벽 배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계의 노동 환경을 거론하며 다시 쿠팡을 지적했다. 야간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온라인 유통업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이 문제가 소홀히 다뤄진다면 “생계를 위해 찾은 일터가 위험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은 산업재해 예방을 노동부의 핵심 과제로 상정하며, 노동자 안전을 강화하는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플랫폼 기반 노동의 확산으로 기존 노동 규범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관세청·수출입은행·국가데이터처까지 전 부처 점검…“지시 후속조치 미루지 말라”
관세청 보고에서는 세외수입 관리체계 구축 등 과거 지시했던 과제의 진척 상황이 도마에 올랐다. 관세청이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연을 설명하자, 대통령은 “이미 공유된 과제를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반입 차단을 위해 우편집중국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라는 기존 지시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대통령은 “필요 인력이 없어 진행이 어렵다”는 관세 당국의 설명에 대해 “재정 문제로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각적인 조치를 명령했다.
수출입은행장에게는 공적개발원조(ODA) 심사 과정에서 외부 요구나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데이터처 보고에서는 통계 관리 기능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효율적인 데이터 행정을 위한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외부 프레임에 얽매이지 말고 행정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직 설계를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 실무자들에게 직접 발언 요청…‘현장 중심 행정’ 강조
업무보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실·국장들에게 직접 의견을 말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국정 운영의 실질적인 기반은 실무자에게 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제안을 솔직하게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기존의 단방향 보고 체계를 벗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무자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 정리: 쿠팡 사태를 넘어선 ‘행정·기업·노동’ 삼각 이슈
이번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쿠팡을 언급한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사건은 다음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 대형 플랫폼 기업의 책임 구조와 규제의 실효성
· 심야 노동과 산업재해 등 플랫폼 노동의 취약성
· 행정기관의 느린 후속조치와 기능 중복 문제
대통령의 이례적 생중계 업무보고는 이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점검하는 자리였으며, 그 과정에서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제도 개선을 추진할지, 그리고 쿠팡을 포함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대응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