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인 쿠팡을 둘러싸고, 중소 협력사들의 부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반복되는 이른바 ‘연간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마진 인상 요구가 구조화돼 있다는 주장이다. 협력사들은 “가격은 내려가는데, 손실은 고스란히 납품업체 몫”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계약서엔 없고, 현장엔 존재하는 ‘마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매년 연말 협력사와 매입 단가·조건을 조정하는 연간 협상 기간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상품공급계약서에는 ‘마진율’ 항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협력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상품군별 목표 수익률이 내부 기준으로 설정되고, 협력사들은 이 기준을 맞추라는 요구를 받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일부 협력사는 쿠팡이 제품을 1만 원에 판매할 경우 4천 원 이상을 수수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한 중소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입점 초기보다 요구 수준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다른 플랫폼은 조건이 고정적인 반면, 쿠팡은 매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 가격 인하 경쟁의 부담, 납품업체로 전가?

문제는 이 구조가 ‘최저가 경쟁’과 맞물리면서 협력사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촉 행사나 할인 판매가 진행되면, 쿠팡 역시 자동으로 가격을 맞추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로 설정된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 광고비나 장려금 형태로 부족분을 메우라는 요구가 발생한다는 것이 협력사들의 주장이다.

즉,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만 그로 인한 손실은 플랫폼이 아닌 납품업체가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검색 광고를 줄이면 노출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유지하면 비용 부담이 크다”며 “사실상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 광고비·장려금으로 관리되는 ‘보이지 않는 비용’

협력사들에 따르면 마진 부담은 단순히 판매 수수료에 그치지 않는다.
광고비, 성장 장려금, 프로모션 비용 등 다양한 명목으로 비용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목표 마진을 맞추기 위한 장치처럼 작동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중견기업의 경우 연간 쿠팡 광고비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협상력이 떨어지고,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 공정위 제재와 법원의 판단, 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쿠팡이

· 광고 집행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게 한 행위

· 판촉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행위

·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장려금을 수취한 행위
등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이후 법원 판결에서는 과징금이 취소됐고, 현재는 해당 사안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판결이 향후 플랫폼-협력사 관계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현 구조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확정되면, 중소 협력사의 협상 환경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선택권 없는 거래”…플랫폼 의존의 그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업체 중 상당수는 온라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쿠팡에서 올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협력사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끼더라도 거래를 중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건이 힘들어도 빠질 수 없는 구조”라며 “협상이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마진을 약정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며, 모든 계약은 서면으로 체결된다”며 “광고비나 장려금 역시 강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플랫폼 성장의 이면, 남겨진 과제

쿠팡의 로켓배송과 가격 경쟁력은 소비자 편익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그 속도를 떠받치는 구조가 누군가의 비용 부담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논쟁의 결론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에서 중소 협력사의 협상력과 보호 장치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