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혈액 보유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응급수술과 중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재고 기준에 한참 못 미치면서, 자칫하면 환자 가족이 직접 헌혈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 적정 기준 5일분인데…부산은 3일분에 그쳐
부산시의회 이종환 의원(국민의힘·강서1)이 8일 오전 10시 기준 혈액 보유 현황을 점검한 결과, 부산 지역 전체 혈액 보유량은 약 3일분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적십자사와 의료계가 권고하는 ‘안전 재고’는 최소 5일분, 갑작스러운 대형 사고나 응급 상황을 감당하려면 이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 마지노선에서 이미 두 단계나 내려와 있는 셈이다.
특히 혈액형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O형: 1.9일분
A형: 2.5일분
두 혈액형 모두, 응급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 필요 기준인 3일분에도 미달했다. 부산 전체 보유량 역시 전국 평균 3.6일분보다 부족해, 지방 대도시 중에서도 여건이 더 열악한 편에 속한다.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B형은 약 1.4일분
O형과 AB형은 각각 0.6일분
A형은 0.2일분
정도가 덜 확보된 것으로 분석됐다.
■ “수급률 50%도 못 채운 날도”…병원 현장도 불안
이종환 의원이 부산 지역 의료기관의 실제 수급 상황을 추가로 확인한 결과, 이달 5일 혈액 수급률은 43%, 7일에는 52.3% 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이 필요로 하는 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날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필요한 혈액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의료진이 수술을 미루거나 환자 가족이 직접 주변 지인에게 헌혈을 요청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 겨울+방학 겹치는 계절적 요인…매년 반복되는 ‘계절성 부족’
부산의 혈액난은 일시적인 돌발 현상이 아니라, 겨울철마다 되풀이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도 지적된다.
기온이 떨어지는 12~2월에는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전체 헌혈 참여가 줄어들고, 동시에 고등학생·대학생의 단체 헌혈이 방학과 함께 크게 감소한다.
학교, 군부대, 공공기관 단체헌혈은 우리나라 혈액 수급 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이 축이 약해지는 시기에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곧바로 ‘주의·경계’ 단계로 떨어지기 쉽다.
■ “헌혈, 가장 직접적인 생명 나눔…지금이 필요할 때”
이종환 의원은 “헌혈은 누군가의 수술 시간을 앞당기고, 중환자실에서 버티는 환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가장 직접적인 생명 나눔”이라며, “부산 시민들이 가까운 헌혈의 집과 헌혈 버스를 적극적으로 찾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혈액은 대체제가 없다. 기술이 발전해도, 병원 수술실과 응급실에서 사용되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팔에서 나온 실제 혈액이다.
부산의 이번 ‘3일분 재고’ 경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언제든 환자·보호자·의료진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