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수서역에서도 KTX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KTX와 SRT를 단계적으로 묶어 운영하는 ‘고속철도 통합 전략’을 공개하면서, 서울역·수서역 간의 구분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만성적인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두 기관을 하나로 합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첫 단계는 ‘교차 운행’ 방식이다. 현재 수서역은 SRT 전용역처럼 운영되지만, 내년부터는 KTX 차량 일부가 수서발 열차로 편성된다. 국토교통부는 좌석 수가 많은 KTX-1 차량을 투입해 수서역에서 늘 지적돼 온 혼잡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체 고속열차 좌석 수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수요가 집중된 구간에 공급을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이용객은 앱에서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올해 말부터 코레일 앱에서는 서울역·용산역뿐 아니라 수서역 열차도 함께 조회되며, SRT 앱에서도 서울역 열차가 표시된다. 초반에는 열차 조회만 통합되고 결제는 각각의 앱에서 진행되지만, 이후 단계에서는 예매·결제·티켓 확인이 하나의 앱에서 처리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교차 운행 범위가 서울·수서를 넘어 전체 노선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각 기관이 특정 역에서만 발착할 수 있어 차량 운용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토부는 KTX와 SRT 구분 없이 열차를 배치할 수 있게 되면 운행 효율이 높아지고 좌석 공급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에는 시험 운영도 예정돼 있다.


승객 혜택과 관련한 변화도 준비 중이다. 일반열차에서 SRT로 환승할 때 할인 제도를 새로 마련하고, KTX와 SRT 간 열차 변경 시 부과되던 취소 수수료도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철도 노조는 운행 효율화가 본격 추진되면 하루 약 1만6000석 정도의 좌석이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전체 좌석의 약 6% 수준이다.

다만 고속철도 통합이 완전히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가 최종 단계로 추진하는 ‘기관 통합’은 코레일과 SR의 구조·처우 체계가 크게 달라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코레일은 통합에 긍정적 의견을 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SR은 흡수 통합으로 이어질 경우 복지와 근무조건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노사정 협의체도 이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철도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SRT 도입의 근거였던 경쟁 체제가 사라지면 서비스 개선 의지가 약해지고, 파업 발생 시 대체 노선이 없어 승객 불편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석 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은 차량 증편과 노선 용량 확충인데, 통합 논의가 이를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국 내년부터 시작되는 KTX·SRT 통합은 승객 편의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철도 체계의 경쟁 약화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향후 고속철도 이용 환경의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