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한 문장이 북런던을 멈춰 세웠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다시 한 번 울컥했다.
약 4개월 만에 돌아온 손흥민의 짧은 인사 한마디에, 6만 관중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10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UEFA 챔피언스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구단이 준비한 ‘홈커밍 행사’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이미 LAFC 유니폼을 입은 선수지만, 이 날만큼은 누구도 그를 ‘떠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전광판에 뜬 이름, 동시에 일어난 관중들
스타디움 전광판에 손흥민의 얼굴이 비친 순간, 관중석에서 파도처럼 기립박수가 일어났다.
10년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남긴 기록과 기억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수백 경기 출전, 그리고 클럽의 오랜 무관을 끊는 유럽대항전 우승까지. 숫자보다 더 강하게 남은 것은,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앞장섰던 주장으로서의 시간이었다.
■ “여긴 제 인생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손흥민은 환호 속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말은 길지 않았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스퍼스 사람이고, 여기는 제 집입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관중석의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지난여름, 충분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팀을 떠났던 아쉬움이 이 순간 비로소 정리되는 듯했다.
■ 레전드에서 레전드로 이어진 헌정의 시간
이어 등장한 인물은 토트넘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구단 레전드 레들리 킹이 손흥민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은 기념 트로피를 전달했다.
토트넘 역사 속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한 장면에 겹쳐졌다.
과거 리그컵 우승을 이끈 수비의 상징과, 유럽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공격의 상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대형 스크린에는 과거 팀 동료 가레스 베일의 영상 메시지도 이어졌다.
베일은 손흥민을 향해 “트로피를 들고 떠난 선수는 많지 않다”며 “토트넘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표현했다.
■ 벽화로 남은 이름, 구단의 시선이 드러나다
행사에 앞서 손흥민이 먼저 찾은 곳은 스타디움 인근 건물 외벽이었다.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특유의 세리머니, 태극기를 두른 모습이 담긴 대형 벽화가 공개됐다.
구단이 특정 선수를 위해 외벽 전체를 활용해 헌정 벽화를 제작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자체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 떠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름
행사가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옛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며 짧지만 진한 재회의 시간을 보냈다.
이미 다른 리그, 다른 팀의 선수가 됐지만, 이 날만큼은 다시 북런던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이 날의 장면은 분명히 보여줬다.
떠났어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시간이 지나도 ‘집’으로 불리는 선수.
북런던에서 손흥민의 시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