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만 해서는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과거처럼 성실히 월급을 모아 예·적금에 넣는 방식이 더 이상 해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 ‘1억 이상 자산 보유자’…주인공이 바뀌었다
최근 금융권 연구 자료를 보면, 총자산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집단에서 MZ세대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장년층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대중 부유층’ 시장에서, 이제는 세 명 중 한 명이 MZ세대인 시대가 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자산 형성 방식이다. 단순히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돈을 운용하는 방법 자체가 세대별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 예·적금에서 투자로…자산 배분의 세대 교체
MZ세대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과거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저축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주식·펀드·ETF·가상자산 등 시장과 직접 연결된 투자 자산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Z세대는 금융자산 중 투자 및 디지털 자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밀레니얼 세대 역시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인 운용 성향을 보인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여전히 안정성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즉, ‘돈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돈을 성장시킨다’는 관점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투자 = 재테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MZ세대에게 투자는 더 이상 부업이나 부수적 활동이 아니다.
출퇴근길에 시장을 확인하고, 주말에는 경제 콘텐츠와 투자 정보를 소비하며, SNS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과 관점을 공유한다.
이들에게 투자는
· 미래 선택지를 늘리는 수단이고
· 결혼·주거·은퇴를 대비하는 전략이며
· 동시에 자기계발의 한 방식이다.
“월급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단순한 푸념이 아닌, 합리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 부동산보다 주식…시선이 이동하는 이유
흥미로운 변화는 시장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향후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묻는 조사에서,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진 반면 부동산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에 그쳤다.
이는 단기간에 큰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보다,
· 소액으로도 접근 가능하고
· 유동성이 높으며
· 정보 접근성이 좋은
금융투자 시장이 젊은 세대의 현실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플랫폼 금융이 바꾼 투자 환경
이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성장이 있다.
토스, 카카오페이, 온라인 증권사 앱 등은 투자 진입 장벽을 사실상 없앴다.
지점 방문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도
· 계좌 개설
· 상품 비교
· 실시간 거래
· 투자 정보 습득
까지 가능한 환경은, 금융의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로 이동시키고 있다.
■ “모두가 부자가 된 건 아니다”…숫자 뒤의 현실
다만 이 흐름을 ‘모든 MZ세대가 여유롭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전히 상당수 청년층은 높은 주거비, 학자금 대출, 생활비 부담 속에 놓여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만큼, 금융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 금융시장의 다음 주인공은 누구인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금융 시장 전반의 세대 교체 신호라고 본다.
보수적 자산 관리에서 성장 중심 전략으로의 이동,
오프라인 금융에서 플랫폼 금융으로의 전환,
부동산 중심 사고에서 금융자산 중심 사고로의 변화.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월급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세대가, 지금의 MZ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