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끝나자 대통령실의 국정 시계가 다시 빨라졌다. 교착 상태의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책, 경주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 막바지 준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복구,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한국인 탑승 선박 대응 등 굵직한 과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휴 기간에도 ‘3실장(비서·정책·안보)’ 체제로 현안 점검이 이어졌고, 대통령은 공식 연차 중에도 수시 보고를 받으며 필요 일정은 계속 챙긴다는 방침이다.
1) 한미 관세협상: 교착 국면 돌파 카드 찾기
연쇄 회의: 5·7·8·9일에 걸쳐 대통령실 주관 고위급·관계장관 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구윤철 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이 참석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쟁점: 7월 말 큰 틀의 합의 이후 세부 이행을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미국 측이 제시한 대규모 대미투자 펀드 MOU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민감성 등을 반영한 수정안을 회신한 상태.
관건: 김정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 재가동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급격한 상황 전환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신중 기조를 유지했다.
2) APEC 정상회의 D-20: 의장국 첫 대형 다자무대
의미: 한국이 의장국으로 주도하는 첫 APEC. 공급망 안정·통상협력 복원이 의제로,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빅 이벤트’로 꼽힌다.
변수: 트럼프 미 대통령이 29일 방한해 한미·미중 회담만 소화하고 본행사 불참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협의 진행 중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며 여지를 뒀다.
한일 외교: 일본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 체제 출범을 앞두고, 야스쿠니 참배 등 민감 이슈를 관리하며 ‘셔틀 외교’ 연속성을 확보하는 해법 모색이 과제다.
3) 국정자원 화재 복구: 멈춘 709개 시스템, 속도전
현황: 중단된 전산시스템 709개 중 193개 복구(9일 오전 6시, 복구율 27.2%).
동원: 연휴 기간 공무원 220명, 상주 인력 570명, 기술지원·분진제거 30명 등 800여 명 투입.
논란 대응: 대통령실은 화재 직후 야간 실시간 보고 및 비상대책회의 진행 사실을 강조하며, 연휴 중 진행된 예능 프로그램 녹화(약 3시간)는 K-푸드 홍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대응 시점 적절성을 두고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4) 가자 해역 나포 사태: ‘국민 안전 최우선’ 지시
상황: 국제 구호선단 11척이 가자지구 접근 중 이스라엘군에 나포. 한국인 김아현 씨 등 탑승.
지시: 대통령 “안전 확보·신속 석방·조기 귀국 위해 국가 외교 역량 총동원” 주문. 이스라엘 측도 안전과 조속한 석방 노력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망: ‘다중 현안 동시 관리’의 시험대
대통령실은 관세협상과 APEC, 국정자원 복구, 재외국민 보호까지 외교·안보·경제·행정이 얽힌 다층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단기 과제: 관세협상 명확한 이정표 제시, APEC 정상외교 동선 확정, 핵심 전산 복구 속도 가속.
중기 과제: 미·중 사이 가교 외교 실효성, 한일 관계 관리 방정식, 대내 논란의 정치적 비용 최소화.
결론: 연휴 직후 재가동된 국정 시계는 ‘속도’만큼 ‘정합성’이 요구된다. 협상·복구·외교 모두 예측 가능성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