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imited)의 주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 2차전지 열풍 이후 약 4년 만의 기록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는 주가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극명한 온도 차는 단순한 기술 경쟁 이상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 시총 335조원, LG엔솔의 4배…CATL 독주 체제 완성
현재 CATL의 시가총액은 1조7200억 위안(약 335조 원).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시총(약 82조 원)의 4배, 삼성SDI와 SK온을 합쳐도 따라잡기 힘든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초기 62만9000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 35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격차의 배경에는 CATL의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있다.
리튬이온·LFP를 넘어, ‘나트륨이온 배터리’라는 차세대 기술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의 ‘낙스트라(NAxtra)’ 배터리는 kg당 175Wh의 에너지밀도를 갖추었으며, 500km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LFP와 대등한 성능을 보인다.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미 중국 정부의 동력배터리 안전 인증을 통과했다.
■ 글로벌 점유율 37.5%, “중국 빼고도 1위”
CATL의 위상은 더 이상 ‘중국 내수용 강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7월 CATL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7.5%(221GWh)**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약 330만 대에 탑재 가능한 규모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CATL은 점유율 29.8%로 1위,
LG에너지솔루션(20.7%), SK온(10%), 삼성SDI(7.2%)를 모두 앞섰다.
이제 CATL은 테슬라·BMW·폭스바겐·벤츠뿐 아니라 샤오미·창안·지리 등 중국 내 완성차까지 전방위 공급망을 구축한 글로벌 표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숫자로 본 격차: 매출 35조 vs 11조, 이익 7조 vs 0.8조
CATL의 2025년 상반기 매출은 1789억 위안(약 34.9조 원), 영업이익은 7조5660억 원.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11조8300억 원, 영업이익 8668억 원으로,
영업이익 격차만 9배에 달한다.
지난 3년간(2021~2024년) CATL의 매출은 25조 → 78조 → 70조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17조 → 33조 → 25조로 성장 후 조정을 겪고 있다.
이익률 측면에서도 CATL이 꾸준히 15~20%대를 유지하는 반면,
국내 3사는 원자재 가격·환율·완성차 단가 협상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 유럽으로 확장,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 완성 단계
CATL은 “중국 기업의 한계”라는 프레임을 완전히 깼다.
독일, 헝가리, 스페인 등 유럽 3개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했고,
헝가리 공장은 이미 1기 가동을 시작했으며,
독일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스페인에서는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며,
이를 위한 자금 410억 홍콩달러는 2025년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했다.
CATL의 해외 매출 비중은 상반기 34.2%로, 전년 대비 4%p 증가했다.
■ “A주보다 H주가 더 비싸졌다”…글로벌 자본이 바라본 CATL
흥미로운 현상은 ‘AH 프리미엄 역전’이다.
17일 기준, 홍콩거래소 H주(502.5HKD)가 중국 선전 A주(377.1위안)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이는 해외 투자자와 기관의 CATL 신뢰가 중국 본토 투자자보다 높다는 신호다.
모건스탠리는 CATL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부문에서
“글로벌 평균 대비 14%, 중국 내 7~8%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며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 📊 한국 배터리의 도전 과제
한국 배터리 3사는 여전히 고성능·고안전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효율성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는 CATL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CATL은 단일 제품 라인업이 아닌, 나트륨·리튬·고체전해질·ESS 등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북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에 집중하느라
R&D 투자가 단기화되고, 공장 가동률도 낮은 수준이다.
CATL이 유럽·중국을 동시에 장악한 반면,
한국 기업은 북미 단일 시장 의존도가 높아 위험 분산이 어렵다.
■ 🔍 결론: CATL의 ‘기술력 + 자본력 + 속도’ 삼박자
CATL은 더 이상 “중국의 테슬라 협력업체”가 아니다.
이제는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술 표준 기업이다.
나트륨이온 상용화, 유럽 현지 생산망, 공격적 자본 확충…
모든 전략이 속도와 확신으로 움직인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다시 반등하려면
단순히 북미 공장 증설이 아닌,
기술 리스크 분산·현지 공급망 다양화·차세대 소재 선점이라는 3대 축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