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북미 간 ‘대화 재개’ 신호와 ‘원칙 고수’가 나란히 나온 셈이다.
▲ 무엇이 달라졌나
· 대화의 형식: 비핵화 선(先)진전을 전제하지 않고도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여지 제시.
· 목표의 내용: 협상 테이블은 낮추되, 최종 목표(완전한 비핵화)는 낮추지 않음.
· 맥락: 트럼프 임기 1기 때의 3차례 정상회담을 “한반도 안정화의 경험”으로 소환, 재시동 명분 확보.
▲ 평양의 신호와의 교차점
김정은 위원장은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내려놓고 현실 인식 위에서 평화 공존을 원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워딩의 간극은 크다. 워싱턴은 비핵화 목표 유지, 평양은 ‘현실 인정’을 요구. 그럼에도 형식 조건을 비우는 제스처가 맞물리며 ‘탐색전’의 문이 열린 모양새다.
▲ 왜 ‘지금’ 문을 열었나
1. 분위기 조성형 접근: 미국이 선을 낮춰 접점을 넓히되, 실질 의제는 이후 단계에서 조율하려는 전략.
2. 억제와 관여의 병행: 트럼프는 군 수뇌 회의에서 핵전력 고도화·국방예산 확대를 강조했다. 대화 국면과 군사적 신뢰성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신호.
3. 내외 정치 캘린더: 대화 제안은 외교적 성과 창출의 창구가 될 수 있는 카드. 북측도 대외환경 변화 속 ‘제재 완화·안전 보장’의 최소 성과를 모색할 유인이 있다.
▲ 다음 수순: 실무로 내려가야 보인다
· 형식: 특사 교환·실무회담→고위급→정상회담의 ‘스텝 업’이 현실적.
· 의제 패키지:
→ 단기: 핵·미사일 활동의 동결과 일부 상호조치(제한적 제재 유연화, 인도적 협력)
→ 중기: 검증 체계와 단계적 완화의 교환
→ 장기: 최종적 비핵화 프레임과 체제 안전 보장의 법적·정치적 장치
▲ 리스크 체크
· 프레임 충돌: ‘완전한 비핵화’(미국) vs. ‘현실 인정’(북한). 정의와 로드맵을 어디에 놓느냐가 결정적.
· 검증 문제: 동결·축소 조치의 검증 가능성 없이는 합의의 수명이 짧다.
· 군사·제재 레버리지: 미국의 국방 강화 메시지와 병행될 제재 레버리지 운용이 협상 동학을 좌우.
▲ 한국에 주는 시사점
연계·분리 전략: 한미 공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인도주의·인적 교류 등 ‘낮은 데서 시작하는 신뢰조치’는 유연하게 분리 검토 가능.
컨틴전시 플랜: 회담 불발·지연 대비 확장억제·상시억제 태세를 공고히 하면서, 대화 재개 시 의제·역할 분장을 선제 설계.
▲ 결론
워싱턴은 문턱을 낮춰 자리를 만들고, 목표의 높이는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을 꺼냈다. 평양 역시 조건부 여지를 남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무 레벨의 촘촘한 설계다. 대화의 문이 열릴 때, 무엇을 먼저 내놓고 무엇을 나중에 받을지—순서의 정치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