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교착의 배경
한미 관세 협상이 본격화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핵심 원인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의 협상 스타일과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러트닉은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에 힘을 싣고, 동맹국까지 압박하는 전형적인 매파다. 한국은 초반부터 러트닉을 주요 파트너로 삼았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요구에 직면하며 협상 주도권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불거진 최대 난제: 3500억달러 투자
미국은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금융·보증 형태의 투자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현금성 투자 확대를 집요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다.
당초 합의 발표와 달리, 한국과 미국의 비망록·MOU 해석 차이도 갈등을 키웠다. 한국은 투자 구조의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주체와 방향을 미국이 결정한다”고 못박으며 시각 차가 노골화됐다.
▲ 전략적 실책 논란
정부의 대응은 러트닉 중심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 측 장관들을 워싱턴과 뉴욕, 심지어 유럽까지 불러내며 협상 압박을 강화했고, 한국과 일본을 경쟁 관계로 묶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일본이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한국 역시 같은 틀에서 협상을 진행하게 된 것도 러트닉의 영향력 확대 결과였다.
문제는 정부가 협상 초기부터 이 같은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 같은’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 협상 구도를 왜곡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의 선택지는?
협상 판을 깨기에는 부담: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초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구 수용도 어려움: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국내 경제에도 충격을 준다.
따라서 정부는 협상 지형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트닉 중심의 협상에서 벗어나,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인물과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소고기·쌀 시장 개방 등 기존 ‘레드라인’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 협상 공간을 확장하는 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 결론
한미 관세 협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은 여전히 견조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철회 가능성은 낮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전가가 아니라 현실적 전략 전환이다. 협상 실패를 미국 탓으로 돌리기보다, 한국이 스스로 주도권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외교력이며, 정부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