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주가조작 세력은 반드시 패가망신을 시키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그 경고가 현실로 이어졌다. 금융당국 합동대응단의 칼끝에 걸려든 것은 다름 아닌 종합병원장, 대형학원장 등 지역사회에서 영향력과 재력을 갖춘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금융 전문가들과 손잡고 1년 9개월간 치밀하게 주가를 조작하며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역 명망가의 ‘그림자 재테크’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시세차익을 넘어선다. 의료와 교육 현장에서 지역 사회의 신뢰를 받아온 인물들이 자신의 본업이 아닌 주식 시장에서 불법 세력으로 변신했다는 점이 충격을 더한다. 병원과 학원을 운영하며 쌓아 올린 명망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이들이 모은 자금은 고스란히 주가조작의 연료로 사용됐다.

▲거래량 적은 종목 노려…1천억 자금으로 2배 띄우기

이들이 선택한 종목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 특정 상장사였다. 주식시장에서는 ‘작전세력’의 먹잇감으로 자주 지목되는 전형적인 조건이다.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이들은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와 고가매수·통정매매 같은 불법 수법을 수만 차례 반복했고, 주가는 단기간에 약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대통령 공언의 시험대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첫 적발 사례라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도 크다. “패가망신”이라는 강경한 경고가 실제 사법 집행으로 이어졌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당국이 단순히 ‘적발’에 그치지 않고, 자금 동결·과징금·상장사 임원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까지 실행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건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한국 자본시장의 숙제

결국 이번 사건은 한국 자본시장이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여전히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되고, 전문직 종사자까지 불법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의 몫이다.

👉 이번 사건을 단순한 범죄 소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명망가조차 주가조작에 뛰어들게 만드는 자본시장 환경”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개인의 탐욕을 넘어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근본적 개선이 없다면, 제2, 제3의 ‘패가망신 1호’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