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집권 2기 출범 후 “취임 7개월 만에 7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며 유엔의 무능과 부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시에 국경·무역·이민 등 핵심 어젠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하며 향후 대내외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유엔이 할 일을 내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르완다,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란, 이집트–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7개 분쟁의 종식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며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하니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총회장 에스컬레이터 고장과 프롬프터 문제를 언급하며 유엔을 풍자한 대목도 있었다.
▲‘미국 우선’ 기조 명확히
연설의 상당 부분은 자국 중심의 정책 홍보에 할애됐다. 그는 “무역은 공정하고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관세 정책을 정당화했고, 불법 이민에 대해선 “불법으로 들어오면 수감과 송환이 뒤따른다”며 강경 대응을 재확인했다. 기후 변화 담론에 대해서는 “최대의 사기”라고 비판하며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전략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벨평화상 언급…대외 메시지는 ‘힘의 평화’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수상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진정한 상은 끝없는 전쟁에서 더 이상 희생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힘에 기반한 분쟁 억지와 실용적 거래를 중시하는 접근을 시사했다.
▲북핵 언급은 ‘제로’
1기 집권 당시 유엔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다뤘던 북한 문제는 이번엔 거론하지 않았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한 ‘전략적 신중함’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다자체제와의 긴장: 유엔을 정면 비판한 만큼, 미국의 분담금·안보리 이슈 등에서 추가 압박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 관세·이민 드라이브: 내년 중간선거 국면에서 보호무역과 국경 통제가 다시 국내 정치 이슈의 전면에 설 가능성.
· 중동·유라시아 분쟁 관리: ‘7개 전쟁 종식’ 자평 이후에도 가자, 우크라이나, 남캅카스 등 현안의 지속 가능성은 별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시간의 연설을 “미국은 미국 국민의 것”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유엔 무대에서 확인된 메시지는 단순했다. 유엔 개혁 압박, 자국 우선주의 고수, 경계선 재정립—이 세 가지 키워드가 향후 워싱턴의 외교·안보·통상 의제를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