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서 로봇 산업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의 자동화 수요에 힘입어 본격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AI 열풍과 더불어 노동 환경의 변화, 특히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2020년 약 35조 원 규모에서 2030년 222조 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20% 이상이라는 가파른 성장세다.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 제조업 강국의 구조적 수요
한국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처럼 노동집약적이면서 고난도 작업이 필요한 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이 때문에 산업용 로봇의 보급률이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며, 전 세계 설치량의 6%를 차지한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1,000대 이상 로봇이 투입돼 있을 정도다.
여기에 정부의 예산 지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내년 로봇·AI 관련 예산은 올해의 세 배 가까이로 확대돼, AI 팩토리, 피지컬 AI, 자동화 프로젝트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노동환경 변화와 로봇 수요 확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노동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쟁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증시에서 로봇 관련주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배경이기도 하다.
▲로봇 투자, 어디를 봐야 하나?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을 액추에이터·휴머노이드·협동로봇·물류 자동화 등으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액추에이터: 로봇의 관절 부품으로 원가 비중이 가장 높다. GPU가 AI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유사하다. 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의 핵심 수혜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드는 분야로, 국내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물류 자동화: 글로벌 시장이 연 10% 이상 성장 중이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이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협동·산업용 로봇: 현재는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으로 부진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회복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
로봇 테마는 매력적이지만, 모든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매출 성장을 실현한 곳은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물류 자동화 기업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실적과 기술력을 입증한 기업,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를 받은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투자자라면 “로봇은 미래 먹거리”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실제 매출과 ROI 개선이 가시화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용·협동로봇 기업은 내년 하반기 이후의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AI 확산과 노동환경 변화는 로봇 산업을 단순 테마주가 아닌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현재는 옛말처럼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인 시점이다.
단기: 액추에이터, 물류 자동화 등 성과가 입증된 분야
중장기: 휴머노이드·산업용 로봇 등 ROI 개선이 예상되는 영역
로봇 투자는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