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규제 정비와 제도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금융 접근성, 세금 부담, 노동 규제라는 ‘3대 걸림돌’이 여전히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70% “규제 부담 여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 기업조사(WBES) 응답 기업의 70% 이상이 경영 애로 요인으로 금융, 세금, 노동 문제를 꼽았다. 특히 금융 접근성을 어렵게 느끼는 기업 비중은 33.9%로 가장 높았으며, 세금(20.9%), 노동 규제(15.8%)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부담이 실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금융이나 세금 환경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기업은 설비 및 무형자산 투자 비율이 최대 21%포인트 낮았다. 반면 노동 규제를 부담으로 인식한 기업은 인력 확충 대신 자동화·기술투자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OECD 지표도 “행정 부담 개선 미흡”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기업의 규제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OECD 규제영향평가 점수는 평균보다 낮았지만, 행정·규제 부담 항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인허가 절차 평균 소요 기간이 193일에 달했다. 이는 OECD 평균인 18일과 큰 격차를 보이며,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세제 지원, 중국 대비 뒤처져
세금 인센티브 역시 한계가 지적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제도가 존재하지만, 단기 일몰 연장과 제한된 적용 범위로 인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최근 5년간 한국의 R&D 세제 지원 증가율은 11%대에 그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5% 이상 확대하며 2~3배 수준의 격차를 벌렸다.
▲개선 요구와 대안
외국인투자기업들 역시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예측 가능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시된 대안으로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산업 규제 완화 △직접 환급형 세제지원 도입 △기술 집약 산업에 한정한 주52시간제 유연화 △프로젝트 단위의 메가 샌드박스 설계 등이 있다. SGI는 단기간 전면 개편이 어렵다면, 특정 산업과 기술 중심으로 선별적 제도 실험을 도입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시각
박양수 SGI 원장은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규제가 늘고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며 “기업이 성장의 보람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