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확산이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가운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계층은 ‘주니어 노동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입 채용이 줄어들면서 청년층 고용 불안정이 구조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구진의 경고: 20대 고용, 뚜렷한 감소세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에서 22~25세 청년층의 고용이 2022년 말 정점을 기점으로 약 13% 줄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청년층 신규 고용이 무려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직종의 30대 이상 인력은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거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 업무나 반복 가능한 코딩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는 반면, 현장 경험·협업 능력·축적된 노하우 등은 아직 AI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력자들이 상대적으로 보호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석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하며, 초년층 노동자들이 AI 충격의 초기 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직무는 오히려 기회 확대
반대로 AI 노출도가 낮은 직무에서는 청년 고용이 늘고 있다. 생산직 감독자, 재고 관리, 의료 보조원과 같은 직무가 대표적이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물리적 현장 경험이나 대인 협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인력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
국내에서도 AI가 신입 채용을 줄이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단순 개발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신입 채용을 보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 IT 기업들의 신입 입사자 수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 입사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주목된다.
▲노동 시장의 역동성 약화 우려
신입 채용이 줄면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한 성장 경로’가 끊기게 된다. 결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니어 인력도 길러지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AI를 단순 자동화 수단으로만 활용하지 말고, 신입 채용 이후 멘토링·온보딩을 강화하여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관론과 과제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동시에 900만 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 변화가 청년층에게 기회가 될지, 불리한 전환점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