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협정이 첫 암초를 만났다. 협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대체 교통·물류 통로 ‘TRIPP(Trans-Regional Integrated Peace Passage)’ 건설 계획에 대해 이란이 “국익과 지역 안보를 침해한다”며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 ‘TRIPP’란 무엇인가

TRIPP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관통하며, 남캅카스 지역을 터키·조지아·중앙아시아와 직결하는 다국적 물류·교통 회랑이다.

목표: 전쟁 재발 방지와 상호 경제 의존도 확대

구성: 철도, 고속도로, 에너지 송전망, 광케이블 라인 포함

의의: 러시아·이란을 거치지 않고도 유럽~중앙아시아 간 직통 물류 가능

이 때문에 미국과 EU는 TRIPP를 **‘신 실크로드의 핵심 축’**으로 보고 적극 지원해 왔다.

■ 이란의 반발 이유

이란이 TRIPP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경제적 손실 우려

현재 이란은 남캅카스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주요 육상 경로를 통해 통과세와 물류 수익을 얻고 있다. TRIPP가 개통되면 이 경로의 상당 부분이 우회되며 수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영향력 약화

이란은 전통적으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균형자 역할을 해 왔다. TRIPP가 가동되면, 미국·터키·아제르바이잔 중심의 새로운 동맹 축이 형성되어 이란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든다.


안보 우려

회랑 주변에 터키 군사력이 확대될 가능성, 나토 영향권 확장 우려가 존재한다.

■ 미국·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입장

미국: “TRIPP는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평화 유지 장치”라며 협정 이행을 압박.

아제르바이잔: 자국 영토 회복 이후 경제회랑 구축을 국가 비전으로 삼고 있어, 이란의 반발을 ‘내정간섭’으로 간주.

아르메니아: 경제 부흥 기회라는 기대와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외교적 딜레마’에 처함.

■ 향후 전개 시나리오

외교 협상 재조율

미국·EU가 이란을 프로젝트 파트너로 일부 참여시키는 ‘절충안’ 가능성.

이란의 실질적 저지

국경 봉쇄, 군사적 시위, 대체 경로 봉쇄 등 강경 대응.

지역 내 신(新) 냉전 구도 심화

터키·아제르바이잔·서방 vs 러시아·이란·아르메니아 친러 세력의 대립이 격화.

■ 전문가 분석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TRIPP는 단순한 물류 프로젝트가 아니라, 남캅카스 권력 균형을 바꾸는 전략 인프라”라고 평가한다.
이란의 반발은 예견된 것이지만, 이를 무력화하지 못하면 평화협정의 상징성과 실효성이 모두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 종합
TRIPP 갈등은 경제와 안보, 지정학이 얽힌 복합 분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회랑 평화 모델’이 이란의 반대 속에 어떻게 조정될지가, 남캅카스 평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