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룸. 삼삼오오 모여든 경제인들 사이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경제8단체가 공동 주최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는 법 개정이 실제 현장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그리고 기업 투자 위축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저성장 고착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강태수 KAIST 교수는 세미나 개막 발제자로 나서 “한국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위험 단계에 들어섰다”며 긴급 진단을 시작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제조업 투자율이 곤두박질치고, 내수 회복도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 생산성 제고와 규제 완화 없이는 지속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노조법 개정, 현장 혼란 불러올 수도”
두 번째 발제자로 무대에 선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조법 개정과 한국경제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개정 노조법이 노조 조직률 확대를 유도하지만, 단체교섭 범위 확대와 파업 요건 완화는 중소기업 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견 제조업체 A사 인사팀장은 세미나장 로비에서 “단체협약 논의가 늘어나면, 관리 비용과 노사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현장 토론: “규제 완화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
발제 이후 이어진 종합 토론에는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좌장으로 앉았고, 장석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 김주홍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강원 세종대 교수, 민세진 동국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장석주 전무는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으로 인건비 협상이 까다로워지면 설비투자 결정이 더욱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홍 전무는 “자동차 산업은 이미 친환경 전환과 전동화 설비 투자로 캐파가 꽉 찼다”며 “상법 개정으로 의결 구조가 복잡해지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 교수는 “노사·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개정이 궁극적으로는 기업 거버넌스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면서도 “단계적, 업종별 예외 규정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세진 교수는 “사회적 책임 투자가 대세인 만큼, 법 개정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충돌하지 않도록 세밀한 법률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 한 목소리 “실행 가능한 대책 마련해야”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경제8단체 대표들은 “오늘 논의된 지적들은 모두 현장의 목소리”라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와 사회적 책임 간 균형을 맞추는 세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로비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는 “국내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법 개정 논의마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최소한 개정 시행 시점을 분명히 고지하거나, 업종별 유예 기간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