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약 5조9,442억 원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동안 부진에 시달렸던 2차전지 종목들이 반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LG엔솔과 2차전지 관련주들은 실적 부진과 가격 하락 우려에 가려 비관론이 우세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속화된 데다,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7월 30일 공개된 LG엔솔의 대형 계약 발표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LG엔솔 주가는 25.4% 뛰었고, 2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는 32.4% 상승해 코스피 전체 상승률(0.96%)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은 이번 계약이 테슬라의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 공급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테슬라가 북미 지역에서 LFP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제조사로 LG엔솔을 낙점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 역시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LG엔솔 목표주가를 기존 42만 원에서 53만 원으로,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44만 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각각 45만 원, 44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였다. 이들은 모두 ESS 사업부의 높은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다. EV 부문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중반인 반면, ESS 사업부는 20% 수준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으로 EV 수요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ESS 보조금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LG엔솔은 미국 내 ESS 배터리 생산 설비를 독보적으로 갖춘 기업이어서 시장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엘앤에프 역시 수혜 전망이 뚜렷하다. 2분기 매출 5,201억 원, 영업적자 1,212억 원으로 예상치에 미달했으나,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 평가 손실이 일시적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엘앤에프의 목표주가를 각각 9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3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점쳤다.

이번 대형 수주를 계기로 2차전지 업종은 가격과 수요 우려를 딛고 새로운 성장 국면에 접어들 채비를 마쳤다. EV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ESS를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2차전지 종목으로 돌리고 있다. 향후 LFP 배터리 채산성과 국내외 ESS 수주 확대 여부가 업종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