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7월 22일 전면 폐지됐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공짜폰 혜택은 오히려 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7월 말부터 단통법 폐지 효과를 기대하며 대리점과 온라인몰을 찾던 소비자들은 대부분 50만∼60만원대 보조금 제안에만 머물러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시장에선 “출고가 200만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반값 이하로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통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과거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보조금 상한을 풀었음에도, 자사 가입자 지키기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관리 측면에서 대대적인 보조금 인상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단통법 폐지 첫날(7월 22일)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 건수는 3만4천여 건을 기록하며 다시 활기를 띠었으나, 이후 하루 1만 건 선으로 안정됐다. 7월 전체 이동통신 시장 번호이동 규모는 92만6천여 건으로 전월 대비 38.9% 늘었으나, 알뜰폰을 제외한 이통3사 간 이동만 보면 50만 건 수준에 그쳤다. 이는 SKT가 7월 초 해킹 사고 보상 차원에서 위약금 면제를 내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보조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5세대(5G) 가입률이 76.5%에 달하며 시장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규 고객 유입 여지가 적은 상황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도 가입자당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 통신3사는 과거 단통법 시행 전 재정 투입에 따른 ARPU 하락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현재는 고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 유치와 서비스 다양화로 수익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 셋째, 정부가 보조금 차별·불법 보조금 강요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통신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경계하고 있다.
이통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도 시장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기대할 만한 수준까지 보조금을 올리려면 통신사 입장에서도 ARPU 보전 방안을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제한적으로 보조금을 확대하되, 국내 최대 무선 매출 구조를 가진 SKT가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에 따른 긍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정책 외에도 단말기·서비스 분리 판매(디바이스·서비스 분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단말기 가격은 제조사와 유통망이 직접 경쟁하도록 하고, 통신사는 순수 서비스 요금을 경쟁하도록 유도하면 가격 투명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정부가 통신사가 책정하는 보조금 상한을 고시 형태로 공개하고,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 할인액을 모두 표준화해 소비자가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대신 중고 단말기 시장을 활성화해 기기 보급 비용 부담을 낮추자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가 신제품을 구매할 때 기존 중고 기기를 반납하면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리퍼비시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하면, 자원 순환 효과와 함께 통신요금 체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공짜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체감 변화가 적지만, 시장 구조와 수익 모델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근본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통신사, 제조업체가 협력해 단말기·서비스 경쟁 환경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소비자 혜택 확대는 요원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