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위협 발언에 대응해 핵잠수함 2척을 러시아 인근 해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한국시간으로 8월 2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겸 안보회의 부의장의 선동적 핵위협에 대비해 핵잠수함을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라”고 밝혔다. 이 명령은 미국이 사실상 ‘준(準)전시’ 체제로 전환했음을 시사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양국 간 군사 충돌 우려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ReutersSBS 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지난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라면 러시아는 대(對)미 핵전력을 사용 고려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개 경고한 데 대한 직접 대응이다. 메드베데프는 “서방의 제재와 군사 압박이 한계를 넘으면 대응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사회의 불안을 자극했다MBC NEWS.

미 국방부는 잠수함 배치 지역과 구체적 일정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태평양 함대 소속 전략핵잠수함이 이미 출항해 러시아 극동권과 북대서양 사이를 오가며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백악관 안보회의는 이번 배치가 ‘억제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핵잠수함 배치가 군사적 긴장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준현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핵잠수함은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상징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러시아는 즉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핵전력 경쟁으로 비화할 수 있어, 양국 모두 ‘문턱의 함정(threshold trap)’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도발적 군사 행동이 유럽 안보를 심각히 위협한다”며 “필요할 경우 러시아 영토 인근에 대응 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렘린 대변인은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계속하면 상호 핵 억지력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적 대안으로는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핵위협 수위를 낮추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무기 사용 금지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핵잠수함 이동은 전략적 균형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조치”라며 “미·러 간 직접 대화를 재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긴급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군사·외교적 교착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안보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점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