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에서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정부 협상단이 “지킬 것은 지켰다”는 평가 속에 8월 1일 귀국했으나, 협상의 진짜 과제인 투자펀드 운용 및 비관세 장벽 해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8월 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좋은 결과라기보다 최악을 막은 의미가 크다”며 “획기적인 이익이라기보다는 상호 관세 부과라는 극단적 상황을 회피했다”고 말했다조선일보.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가 농업 민감성을 충분히 설명해 논의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7월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단 간 단독 면담을 거쳐 마무리됐다. 핵심 합의 내용은 한국과 미국이 모두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던 25%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은 미국에 3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펀드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협상 뒤에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먼저 3천억 달러 규모 투자펀드의 구체적 운용 계획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장관도 “미측이 주장하는 수익 배분 비율(‘90% 미국, 10% 한국’)을 재검토하겠다”면서도 “펀드 운영 세부 방안은 추후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답했다다음. 이 과정에서 투자 대상 산업별 배분, 리스크 관리 방안, 국회 보고 절차 등이 빠져 있어 시장과 정치권의 불안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또 비관세 장벽 문제도 후속 협상 사안으로 남았다. 쌀·소고기 등 민감 농산물의 추가 개방은 일단 차단했으나, 미국의 농축산물 검역 절차 간소화 요구, 자동차 안전기준 상호 인정 등 비관세 분야에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구 부총리의 경고처럼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정책 수립 단계에서 정부 주도의 ‘비밀 협상’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고 비판한다. 서울대 무역학과 이도현 교수는 “최악을 막은 점은 인정하지만, 협상 전후 과정에서 투자펀드 세부 내용과 대책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시장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이상훈 정책위원은 “국회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청회 없이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합리적 대안으로는 첫째, 투자펀드 운용 방안을 조속히 국회에 보고하고, 정책집행 과정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제안한다. 둘째, 비관세 장벽 해소 협의는 농림축산식품부·산업부·국회를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 간 협의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미 정상회담(예정 시기: 8월 중순)에서 합의된 내용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양국이 서명할 구속력 있는 합의문(프로토콜)을 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았다”는 성과를 기반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미 간 통상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성과 협력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8월 중순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주요 후속 협상 일정을 공개하고, 국회·업계·시민사회를 포괄하는 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