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역 인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여행 가방을 끄는 이들이 진열대 앞에 모여 인기 과자를 잔뜩 담아가는 모습이 마치 해외의 한 대형마트를 연상시켰다.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른바 ‘K-과자’로 불리는 국산 스낵 중에서도 오리온 ‘비쵸비 대한민국 에디션’이 외국인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농심 ‘빵부장 소금빵·초코빵’과 청우식품 ‘쫀득초코칩’이 잇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계산대 앞에는 항상 환급 서류를 제출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가장 눈에 띈 구매자는 크리스티안(44) 씨로, 그는 “여행 마지막 날이라 선물용으로 바나나킥 20봉지를 샀다”고 말했다. 일본인 유이나(24) 씨 또한 “유튜브에서 한국 과자를 보고 꼭 사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특히 ‘칙촉’과 비쵸비를 즐겨 찾는다고 귀띔했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외국인 쇼핑객을 배려해 매장 곳곳에 4개 국어 안내문이 적힌 저울과 여행가방 보관소를 설치했다. 여행가방 무게 제한을 손쉽게 확인하고,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비쵸비 대한민국’과 같이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하고, ‘마켓오 말차맛 브라우니’ 등 관광 특화 상품을 별도 코너에 비치했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는 해외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시험 무대”라며, “K-스낵 수출을 본격화하기 전 유통 채널에서의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관광 수요 덕분에 지난해 롯데마트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과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현지 시장을 넘어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