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A세무법인에는 올봄 들어 하루에도 수십 통씩 부동산 증여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 특히 60~70대 부모들이 보유한 강남·서초·송파 등 인기 지역 아파트를 자녀에게 미리 넘겨 세금을 줄이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매매 대신 증여 ‘절세 동맹’ 결성
올해 초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하자, 대출 규제와 거래 절차 강화로 매매가 사실상 가로막혔다. 게다가 새 정부의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지금 증여해야 세금 한 푼이라도 덜 낸다”는 절세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81건에 불과했으나, 3월에 156건으로 급증한 뒤 6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 건물 증여 건수도 2023년 6,011건에서 올해 상반기 7,000건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잠잠했던 증여시장’ 다시 들썩이는 이유
– 거래 장벽: 6·17·8·2 부동산 대책이 누적되며 전세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 심사가 강화됐다. 그 결과 현금 동원력이 없는 자녀 세대는 매매가 어려워지자, 부모가 직접 물려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 보유세 부담 예고: 정부는 올해 말부터 고가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세보다 낮게 신고된 아파트에 대한 세무조사 문턱이 낮아지면서, 보유세 부담이 가시화된 것이다.
– 세법 개편 불확실성: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세율 인하 기대감’이 사라졌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부동산 세제 개편을 포함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혀, ‘지금 아니면 더 비싸게 세금 낼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정부, 편법증여 경계 고삐 죈다
국세청은 탈세 사례가 많은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래 자료와 소득·재산 정보를 대조해 편법증여 의심 거래를 집중 조사 중이다. 국토교통부도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계약과 허위 신고 사례를 점검해, ‘묻지마 증여’가 과세 대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부모·자식 간 증여액이 2억1,700만 원을 초과하면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므로, 가급적 이 선 아래에서 차용증을 작성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이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맏며느리·사위 세금대책반 꾸려라”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증여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세무법인에는 ‘맏며느리·맏사위 전담팀’을 꾸릴 정도다. 황 모 세무사는 “부모가 자녀에게 무상으로 집을 넘길 때는 차용계약서 작성, 이자율 설정, 증여 규모 산정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사소한 서류 미비만으로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전문가 도움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증여가 절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시장 과열과 편법 논란이 동반될 경우 전체 거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증여세·보유세·거래 규제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