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가볍게 한 끼 해결하던 동네 김밥집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창업 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김밥집이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식자재비와 인건비, 임대료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쌀값은 지난해 대비 약 10% 올랐고, 김밥의 핵심 재료인 김마저도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매달 고정비로 나가는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는 메뉴 특성상 부담이 가중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김밥은 ‘가성비’가 생명이었다. 그러나 평균 가격이 1년 새 200원 넘게 오르자 소비자들은 점점 다른 선택지를 찾았다.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카페 샌드위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전국 김밥집은 4만 곳 정도. 그중 절반 이상이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다. 프랜차이즈도 고전하고 있다. 이름난 체인점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점포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제 김밥은 단순한 저가 메뉴가 아니다. 매장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즉석에서 말아야 하는 ‘수작업’의 성격이 강한 메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무너지면 소비자도, 사장님도 모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김밥은 재료 손질도 많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메뉴인데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며 “주 고객층인 20~30대가 편의점과 카페로 이동하면서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동네 김밥집의 위기는 단순한 자영업 문제를 넘어, 우리 골목상권과 외식 문화의 구조적 변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이 만들어내는 서민 외식의 붕괴, 그리고 골목경제의 공백을 채울 해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