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년 만에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단시간 아르바이트와 다중 직업을 가진 ‘N잡러’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실업급여 재정 악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8일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며 새 제도의 골자를 공개했다. 핵심은 ‘주 15시간’이라는 기존 시간 요건을 없애고, 국세청 신고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초단기 근로자, 배달기사, 프리랜서 등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여러 직장에서 소득을 나누어 버는 취업 형태를 포용하려는 조치다. 예컨대 각 사업장에서 받는 급여가 작아도 합산해 일정 소득 기준을 넘으면 본인이 신청해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가 174만 명이 넘는 만큼, 제도권 보호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근로시간이 아닌 소득'이라는 기준 전환은 변화한 노동시장 구조를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업급여 재정 건전성은 큰 숙제다. 고용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이미 4조 원대 적자다. 신규 가입자가 늘면 보험료 수입은 증가하겠지만,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이 대거 편입될 경우 실업급여 지급이 폭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이나 위험도에 따른 사업장별 차등부과 같은 추가적 재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문제다. 개편이 완료되면 단기 알바를 쓰는 소규모 사업주도 월급의 0.9%를 고용보험료로 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입법예고 기간 동안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험료 지원 등 부담완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 처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포괄적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방향성 아래 고용보험의 대상을 넓히려는 첫 시도지만, 지속가능한 재정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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