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을 확대하며, 2030년까지 연간 20조 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는 주거와 상업 시설의 냉난방·환기·공조 솔루션을 통칭한다. 특히 전력 효율과 친환경 기술이 결합된 고효율 시스템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 글로벌 사우스 중심 '리더스 서밋'…현지 전문가 네트워크 강화

LG전자는 올해 주요 신흥시장 전략으로 ‘리더스 서밋(Leaders Summit)’이라는 현지 초청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최근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개최된 서밋에는 지역 HVAC 컨설턴트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과 시장 트렌드를 공유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현지 전문가들이 건물 설계 단계부터 제품 선정까지 직접 관여하는 B2B 의사결정 구조를 겨냥한다. LG는 이를 통해 설계·시공·유지관리 단계까지 고객 맞춤형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프리카 외에도 LG전자는 올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 컨설턴트들을 한국으로 초청했고, 이달에는 중남미 컨설턴트들을 파나마에서 맞이해 지역별 교류를 이어간다.

■ 유럽 공략 핵심, 노르웨이 OSO 인수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LG전자는 올해 노르웨이의 온수 솔루션 전문기업 OSO를 인수했다. OSO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고효율 워터스토리지(온수 저장) 분야에서 유럽 선두권 기업으로, 히트펌프나 보일러 등으로 가열한 물을 저장·공급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유럽은 탈탄소·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전기 기반 히트펌프 수요가 급성장 중이다. LG전자는 OSO 인수를 통해 고효율 히트펌프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유럽 전역의 B2B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 현지 맞춤 교육 거점 ‘HVAC 아카데미’ 확대

이와 함께 LG전자는 현지 인력양성과 네트워킹을 위한 교육 거점인 ‘HVAC 아카데미’를 전략적으로 운영 중이다.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제품 설치·유지관리 교육을 제공하며, 각 지역 B2B 고객사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현재 전 세계 43개국, 62개 거점에서 HVAC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매년 약 3만 명의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선전에도 신규 아카데미를 개소해, 아시아 시장 전반의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 탈탄소 전환·에너지 안보 위기 속 기회

HVAC 시장은 단순한 냉난방을 넘어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글로벌 과제와 직결된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기 기반 고효율 히트펌프 전환이 정책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사업 확대의 호기로 보고, 전 세계 다양한 기후·에너지 정책 환경에 맞춘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번 OSO 인수를 두고 “글로벌 HVAC 리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현지 맞춤형 혁신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단기 매출 확대를 넘어서 장기적인 산업 지배력을 노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