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 중인 이른바 '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대규모 감세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의 최종 처리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은 이미 트럼프의 대표적 경제 공약이자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담은 이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에는 법인세와 팁·초과근무수당에 대한 감세, 소득세 인하 연장뿐 아니라 메디케이드(Medicaid·저소득층 의료보장) 및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식품보조) 예산의 대폭 삭감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하원이다. 상원에서 수정된 법안 내용이 하원 공화당 내부를 강하게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파 의원들은 메디케이드와 복지 감축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향후 10년간 3조 3천억 달러의 국가부채를 추가로 유발할 것이라는 의회예산국(CBO) 전망치를 문제 삼고 있다.
텍사스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키스 셀프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이미 37조 달러의 적자를 안고 있다.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나는 대통령의 감세 기조를 지지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새로운 부채 수조 달러를 떠넘길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하원 지도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제시한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법안을 통과시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어젠다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 국민은 분명한 명령을 주었고, 민주당 정권 4년의 실패를 끝내야 한다. 이 법안은 대통령의 어젠다를 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날 오후 상원 통과안을 검토하고 본회의 표결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독립기념일 이전' 통과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으나, 기자들에게 "가능하다면 7월 4일에 맞추고 싶지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결국 공화당 다수의 하원이 상원안을 그대로 수용할지, 수정안을 내놓아 상·하원 협의가 불가피해질지에 따라 법안 처리 일정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감세법안은 트럼프의 재임 2기 경제 어젠다의 핵심이자, 2024 대선 재당선 이후 첫 대형 입법 과제로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사회복지 축소와 막대한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의회 논쟁과 절충 과정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