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공식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내놓은 정책 비전 중 하나가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다. 이 후보자는 지방 균형 발전과 과열된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해 “서울대급 거점 국립대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 지방대 소멸 위기 속 ‘서울대 10개’ 카드
이 후보자가 강조한 핵심은 “지역 학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은 교육 불균형의 상징이자 지역 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면 지역에서 우수 학생이 머무르고 지역 발전도 견인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구상은 사실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선거 공약의 연장선에 있다. 이 후보자도 과거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도 그는 이 전략을 재차 강조하며 대통령의 지방 균형발전 의지를 구현할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 동반 성장 vs. 양극화 심화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 사립대는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대급 국립대 육성에 막대한 예산이 집중되면, 재정이 취약한 지방 사립대는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자도 이 점을 의식해 “거점 국립대뿐 아니라 지역 사립대와의 동반 성장 모델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세부 전략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지역 사립대는 이미 저출산으로 인한 신입생 급감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곳이 많다. 정부 재정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국립대-사립대 간 균형 발전을 설계하려면 재원 배분 방식과 평가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 사교육비 해법으로서의 한계
이 후보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해법이라고도 주장했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면 학부모의 사교육 지출 부담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단일 해법으로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학력·취업 격차, 고교 학점제·정시 확대 등 입시 구조 전반의 조정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후보자도 “한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등록금 인상 문제 – 뜨거운 감자
또 하나 눈길을 끈 대목은 등록금 문제다. 그는 “대학 재정 위기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등록금 인상 여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과거 대학 총장 시절 직접 겪은 재정난을 토대로 한 현실론적 발언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학생·가계의 부담 능력, 국가장학금 제도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관전 포인트
이진숙 후보자는 대학 교수 출신으로, 충남대 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유치원·초중등 교육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유아부터 대학까지는 하나의 연속적 생애 주기적 시스템”이라며 “각 단계 전문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임명된다면,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비전을 교육 정책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설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동시에 사교육비 경감, 등록금 현실화,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교육계의 난제를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