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치오가 단순한 간식을 넘어 글로벌 디저트 시장의 ‘핵심 프리미엄 원료’로 부상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창적인 디저트 콘셉트와 SNS 마케팅의 힘이 결합해 전 세계적인 수요를 끌어올린 결과다.
대표 사례는 이른바 ‘두바이 초콜릿’으로 불리는 고급 디저트 브랜드의 인기다. 초콜릿 속에 피스타치오 크림을 듬뿍 넣은 이 제품은 현지에서만 한정 판매되면서 ‘귀한 물건’으로 입소문을 탔다. SNS에서는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시식 영상을 올려 수억 뷰를 기록, 이 브랜드의 상징적 메뉴가 되었다.
이 인기에 힘입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피스타치오 디저트 콘셉트가 유행처럼 확산됐다. 대형 유통체인부터 수제 디저트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체가 모방 제품이나 영감을 받은 메뉴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투표 마케팅, 프리미엄 레시피 개발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피스타치오의 브랜드적 위상이 급상승했다.
그러나 이 트렌드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급등과 안정성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에서의 생산 부진이 문제다. 지난 해 미국산 피스타치오 수확량이 예상치를 밑돌았고, 특히 초콜릿·디저트용으로 쓰이는 껍질 제거 커널의 공급이 크게 줄었다.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은 단기간에 30% 넘게 뛰었다.
이런 변화는 피스타치오를 더 이상 ‘저렴하고 안정적인 범용 재료’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디저트 기업들은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고,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는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 생산국 협력 확대, 대체 레시피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한 이란산 피스타치오가 미국산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지만, 무역 제재와 시장 접근성 제약이 걸림돌이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단일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 체결이나 다국적 소싱 전략이 중요해졌다.
피스타치오 사례는 최근 몇 년간 식품 산업에서 반복되는 교훈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SNS와 글로벌 유행이 특정 재료의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으며, 기후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공급을 언제든 흔들 수 있다.
결국 디저트 시장의 ‘럭셔리화’가 이뤄질수록, 원재료 가격은 예측 불가능해지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도 커진다. 세계적 식품 브랜드들이 이 현실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를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