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1인분도 주문돼서 너무 좋아요. 이제 억지로 2인분 맞추느라 돈 낭비 안 해도 되네요.”
이렇게 말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한국의 일상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배달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다. 바로 ‘1인분 최적화’ 전략이다.
■ “무료 배달·최소주문 없음”…주문 10배 폭증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한그릇’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월 셋째 주 주문 건수는 5월 첫 주 대비 10배 이상 급증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1배 이상 늘어났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최소 주문금액’을 없앤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닭갈비·피자 같은 메뉴를 시킬 때 2인분 이상을 강제적으로 주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한 끼 분량을 편하게 골라 주문할 수 있다.
■ 업주들도 “새로운 매출 기회”
이 변화는 업주들에게도 매력적이다.
5월 첫 주 대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판매 메뉴 수가 13배 이상 증가
기존에는 2인분 이상 팔아야 수지가 맞던 메뉴(닭갈비, 피자 등)를 1인 전용으로 개량
인천의 한 닭갈비집 사장은 “근처 공단 직장인을 겨냥해 1인 메뉴를 개발했다. 조리시간을 단축하고 가격 부담을 낮추니 매출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시장,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
배달의민족이 분석한 데이터는 이 시장의 크기를 보여준다.
이용자 중 42%가 혼자 먹을 주문을 한다.
이들 중 60% 가까이가 최소주문금액이 높으면 포기했다.
‘한그릇’ 서비스는 이 포기 수요를 직접 끌어들이는 구조다. 업주 입장에서도 새 고객층을 잡을 기회다.
■ 주문 절차도 단순화
또 하나의 장점은 ‘간편함’이다.
기존 1인분 메뉴는 메뉴판을 뒤지고 장바구니를 채워야 했다.
‘한그릇’은 메뉴를 한눈에 보고 바로 주문할 수 있게 구성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이용자가 한 번 써 보면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며 고객 충성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 업주 대상 전략 가이드도 강화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업주들에게 구체적인 전략도 전파한다.
간편식 시장의 중량 기준을 참고해 성인 1인분 표준화
맛과 조리순서까지 맞춘 전용 메뉴 설계
소액 주문이 많은 만큼 회전율을 높여 이익 극대화
즉, 단순히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1인 전용’ 메뉴를 만드는 게 성공의 핵심이라는 조언이다.
✅ 기자의 시선
한국에서 1인 가구는 이제 ‘트렌드’가 아니라 ‘주류’다. 혼자 사는 사람이 편하게 배달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외식업계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한그릇’ 서비스의 성공은 그런 시대적 변화를 상징한다. 최소주문금액 장벽을 없앤 단순한 정책 변화가 소비자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시장의 룰을 다시 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플랫폼은 더 세밀하게 소비자 데이터를 읽어야 하고, 외식업체는 메뉴 개발과 운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이런 변화에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업주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