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그냥 노후 준비하는 셈이에요.”
매달 급여일마다 일정 금액을 코인에 투자한다는 직장인 ‘김 부장’ 같은 사례가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단타로 치고 빠지는 투기 이미지를 벗어나, 가상자산을 장기 투자나 노후 대비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코인 투자자 10명 중 4명, 노후 대비가 목적”
하나금융연구소가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4명은 노후 준비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20대는 유행과 재미가 목적이 많지만, 50대는 절반 이상이 노후 대비를 목표로 한다.
즉, 세대별 투자 이유가 확연히 갈린다는 것이다. 젊을수록 ‘가볍게’, 나이 들수록 ‘준비용’ 투자로 접근하는 양상이다.
■ 투자금은 적지만, 누적액은 커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투자금 규모’.
75%는 300만원 미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40%는 누적 투자액이 1000만원 이상이다.
소액으로 시작했어도, 매달 꾸준히 사 모으며 덩치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직장인의 정기적 투자 패턴이 이런 누적액 증가를 이끈다고 볼 수 있다.
■ 40대가 가장 적극적…남성 비중 2배 이상
연령대별 투자자 비율을 보면,
40대가 31%로 가장 많다.
이어 30대(28%), 50대(25%), 20대(17%) 순이다.
성별 격차도 크다.
남성 비중이 67%, 여성(33%)의 두 배를 넘는다.
이는 전통적인 투자에서도 보이는 ‘위험자산 선호’ 성향이 가상자산에서도 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비트코인 집중 → 투자 기간 길수록 스테이블코인 관심
보유 종목을 보면 과반이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
알트코인만 보유한 투자자도 36%나 된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즉, 초기에 가격 급등락이 큰 비트코인·알트코인으로 진입한 뒤, 시간이 지나며 변동성을 줄이고자 스테이블코인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 투자자들 “거래소 1은행 제약 불편하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편도 있다.
국내는 원화 입출금 계좌를 거래소별로 한 은행만 제휴할 수 있게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경쟁이 적고, 서비스 선택권이 좁다.
조사에선 이 제약이 사라진다면 “10명 중 7명은 주거래은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응답도 나왔다. 투자자 편의성 측면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진 대목이다.
✅ 기자의 시선
가상자산 투자는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규제 이슈가 많아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장기적 노후 준비 수단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건 흥미로운 변화다.
특히 월급날마다 일정 금액을 사 모으는 ‘적립식’ 투자는 마치 ETF나 연금저축에 투자하듯 장기분산 전략을 택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결국 가상자산도 투기냐, 투자냐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핵심이다. 코인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투자자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위험을 분산해 나가는 방식으로 성숙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