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발견된 고대 생물의 화석 발자국이 인류를 포함한 네발동물(tetrapods)의 육상 진화 시점을 4천만 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발견은 인간의 진화사뿐 아니라 고생대 생태계 이해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 ‘베레핏’에서 발견된 미스터리한 흔적
연구팀은 호주 빅토리아주 동부에 위치한 고생물학 유적지 브로큰 리버(Broken River), 현지 원주민 언어로 *베레핏(Berrepit)*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고대 파충류로 추정되는 생명체의 화석화된 발자국을 발견했다. 해당 흔적은 약 3억 5,900만~3억 5,000만 년 전, 데본기 말기에 존재했던 생물이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발자국에는 발톱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어, 단순한 네발동물이 아닌, **양막류(amniotes)**의 것으로 판단된다. 양막류는 알 안에 양막을 형성해 육상에서 번식이 가능해진 진화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현대의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모두 이에 속한다.
📜 기존 진화 이론 뒤집은 발견
지금까지는 양막류의 기원이 약 3억 5,500만 년 전인 석탄기 초기로 알려졌으며, 그보다 이른 데본기에는 수중 생활에 적응한 사지동물(tetrapod)의 흔적만이 발견돼 왔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양막류의 진화가 석탄기보다 3,500만~4,000만 년 앞선 데본기 후기에 이미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스웨덴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발자국은 진화 계통상 양막류가 데본기/석탄기 경계 이전에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인류의 뿌리를 더욱 오래된 시기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 발자국이 말해주는 신비한 존재
화석화된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해당 생물은 어깨에서 엉덩이까지의 길이가 약 17cm, 전체 몸길이는 약 80cm로 추정된다. 발자국 사이에는 몸통이나 꼬리가 땅에 끌린 흔적이 없어, 완전히 육상 생활에 적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증거들은 기존 이론과 상반된다. 지금까지 학계는 데본기 말기의 대멸종이 사지동물의 육상 진화를 막았다고 봤지만, 해당 화석은 이 시기 이후에도 사지동물의 다양화가 계속됐을 가능성을 열어준다.
🧬 연구의 의미
이 연구는 단순한 화석 발자국이 진화 생물학의 시계 전체를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양막류의 주요 진화 형질이 이처럼 이른 시기에 출현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극히 일부만 알려져 있던 초기 육상 생태계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단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