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먼저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야 해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취준생’이 아니라, ‘취업 준비를 준비하는 생(生)’, 줄여서 ‘취준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됩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자격증 공부나 공채 지원보다 생활비 마련과 준비 비용 충당을 위한 경제활동을 먼저 시작하고 있습니다.

 

💸 “시험은 돈으로 보지 않잖아요?”… 취업비용 부담에 밀리는 ‘준비’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어 교육 분야 취업을 목표로 했던 26세 고명주 씨는 HSK 5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대다수 기업이 요구하는 6급은 미달. 재도전을 위해 공부를 이어가야 했지만, 생활비와 학원비를 감당하느라 주 4일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입니다.

주당 30시간 남짓의 자투리 시간에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취업 준비에 ‘올인’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사치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 "졸업 후 1년은 기본"… 청년 구직 평균 소요 기간 11.5개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이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5개월,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취업시험 및 자격증 준비(37.8%), 그 뒤를 경제활동이 잇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평균 월 지출

10~30만 원: 34%

30~50만 원: 25%

50만 원 이상: 14%

100만 원 이상도 약 4%

🧍‍♀️ “면접보다 시급 걱정”… 알바와 취업 준비의 ‘줄다리기’

취업을 준비 중인 임수빈 씨는 영어학원 아르바이트와 병행 중입니다. 그는 “시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고, 체력은 한계에 달했다”고 토로합니다.
또 다른 청년 송나래 씨는 “면접 일정과 알바 시간 조율이 제일 어렵다”면서, 반복되는 최종면접에 쓸 시간과 돈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 "모은 돈으로 공부 → 떨어지면 다시 알바"... 끝없는 루프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허수정 씨는 2년간 모은 400만 원으로 공부 중입니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질 경우 곧바로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 할 형편입니다.

퇴사 후 재도전 중인 유한밀 씨(34)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이제는 장기근무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취업이 미뤄지면서 생활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 전문가 진단: “청년 취업 문제는 고용 구조의 반영”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스펙 경쟁’과 ‘경력직 우대’ 중심의 고용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합니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력 우선 채용이 늘어나면서, 신입 청년들도 준비 비용과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은 ‘청년광장’ 사무처장도 “가정이 지원할 수 없는 경우, 청년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며, 빈부격차와 고용 불안이 겹쳐진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대안은? 단기 수당 아닌 ‘국가 일자리 보장제’ 필요

서울시 청년수당, 경기도 면접지원금 등 지자체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고용 안정망을 위해 국가 차원의 법제화 및 공공 일자리 확대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탈탄소 전환 등 산업 변화 기반 일자리 창출

최소한의 공공부문 고용보장 시스템 도입

고졸·대졸 분리 설계된 맞춤형 청년 고용 정책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