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회사를 넘어, 세계 각국의 정부와 안보기관, 의료 시스템에까지 깊숙이 침투하며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것도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팔란티어는 왜 '무서운 기술 기업'으로 불릴까? 그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자.
■ 누구보다 많은 걸 아는 회사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고담(Gotham)’과 ‘파운드리(Foundry)’라는 소프트웨어는 이메일, SNS, 통화 기록, 위치 정보, 심지어 DNA 정보까지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팔란티어 기술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 추적에 사용했으며, 단 몇 초 만에 특정 인물의 동선, 지인 관계망까지 파악한 사례가 있다.
“팔란티어는 당신이 모르는 당신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정보기관과의 유착,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역할
팔란티어는 창립 초기부터 CIA가 투자한 벤처 펀드 '인큐텔(In-Q-Tel)'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미국 국방부, FBI, NSA 등과 협업을 이어오며, 안보 기반 기술회사로 입지를 굳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이 우크라이나군의 타격 속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방위군(IDF)과의 협업이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며, ‘민간 감시’와 ‘전쟁 연루’ 논란이 이어졌다.
■ 윤리는 사용자 책임? 위험은 기술 제공자의 몫
팔란티어는 자사 기술이 ‘중립적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CEO 알렉스 카프는 “우리는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으며, 고객이 모든 데이터를 통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 해킹 사건에서 팔란티어가 위키리크스 지지자를 공격하기 위한 허위 정보 캠페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기술이 누구의 손에, 어떤 목적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도구’는 곧 ‘무기’가 될 수 있다.
■ ‘모든 것을 보는 눈’과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 입’
팔란티어라는 이름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전지적 구슬 ‘팔란티르’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이 회사는 ‘모든 것을 보는’ 데 능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 기관과의 계약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가 사용되는지는 외부에서 거의 알 수 없다.
2020년 IPO 당시에도 운영 방식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AI와 결합한 데이터의 힘, 제어 가능한가
최근 팔란티어는 AI 플랫폼 ‘AIP’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까지 통합하고 있다. AIP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통해 군사 작전, 기업 전략, 보건 시스템 관리에 활용된다.
AI가 판단하고, 인간은 실행하는 구조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윤리적 판단의 부재라는 위험을 수반한다.
특히 전쟁 상황에서 AI가 포격 대상이나 작전 시점을 ‘추천’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 기술을 넘어선 권력, 감시와 통제의 도구인가
팔란티어의 진짜 무서움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이 권력과 결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있다.
2025년 현재, 시가총액 1,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S&P 500에 편입된 팔란티어는 기술 기업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회사는 "서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패"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지만, 그 방패는 때로 무기로 바뀔 수도 있다.
🧭 마무리: 우리가 감시받고 있는가, 아니면 감시가 일상이 된 시대인가
팔란티어의 존재는 ‘우리가 얼마나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기술은 이제 중립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거대한 기술의 방향성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이다. 팔란티어는 단순한 IT 회사가 아니라, 21세기 기술 권력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