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가 적어도 좋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니까요.”

순천 모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무자, 김 모 씨(42·지체장애 2급)

4월, 장애인의 달. 봄볕 아래 전국 곳곳에서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행사가 이어지지만, 정작 장애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 ‘일자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는 전국 평균(5.1%)보다 높은 7.5%의 장애인 비율을 가진 지역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은 22개 시·군 중 13곳에만 설치돼 있다. 나머지 9개 시·군에서는 장애인이 단순 노동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 "시설이 없어 아예 일 못 해요"

고흥군에 거주하는 한 중증 시각장애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직업재활시설이 가까운 순천이나 여수에만 있어요. 하루 왕복 4시간을 대중교통으로 다닐 수는 없잖아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민간에서 고용되기란 더욱 어렵다.

📉 숫자로 본 현실: '법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 전남 장애인 인구 비율 : 7.5%

· 직업재활시설 설치 시·군 수 : 13개 (전체 22개 중)

· 재활시설 종사 장애인 수 : 약 400명

· 월급 50만 원 이하 비율 : 50% 이상

· 2024년 전남 공공기관 장애인생산품 구매율0.42% (법정 기준 1.1%)

· 기준 충족 지자체단 1곳: 진도군

이처럼 법적으로 의무화된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조차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시설의 질도 문제…"비 오면 물 새는 곳도"

기자가 찾은 한 시·도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은 임대 건물 한쪽을 개조한 형태였다.
천장은 낮고 통로는 비좁았으며, 휠체어 진입조차 쉽지 않은 구조.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건물은 곧 매각 예정이라 빠르게 이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새 시설 마련은 예산 확보부터 어렵죠.”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해야 할 거점 시설이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근로기회는 자존감 그 자체예요”

실제로 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 장애인들에게는 급여보다 ‘일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처음에는 청소였어요. 지금은 포장도 하고 계산도 해요. 하루하루가 보람 있어요.”

장흥 직업재활시설 종사자, 이 모 씨(39세)

이들의 작업은 대부분 단순 조립, 봉투 접기, 제과 생산 등이다. 숙련도에 따라 작업이 달라지며, 소규모 공공 납품으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 무엇이 필요한가?

① 미설치 지자체의 직업재활시설 조속 설치
②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율 법정 기준 이행 관리
③ 판매시설 환경 개선 및 접근성 강화
④ 지자체-도청 간 공동예산 편성 체계 마련
⑤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 인센티브 현실화

🧶 복지가 아닌 ‘함께 사는 방식’으로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같이 일하고 싶은 존재’다. 그들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는 지역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출근할 날만 기다리며 이력서를 써보지도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장애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휘황찬란한 슬로건이 아니라, 당장 일할 수 있는 한 칸의 작업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