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업계를 직접 찾아 근로시간 규제 관련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11일 성남 판교에 위치한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R&D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성엔지니어링, 리벨리온, 텔레칩스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도 함께했다.
▲ "근로시간 규제로 연구 몰입 어려워져"…기업들, 정부 지원 촉구
반도체 기업들은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으로 인해 연구개발 성과 저하 및 부서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연구 몰입이 필수적인 R&D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하면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들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는 현실을 감안해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선하거나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
이날 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중국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연구개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R&D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문수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경제를 논할 자격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개정이 어렵다면 고용부 차원에서 행정적인 방안을 마련해서라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근로시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반도체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