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소비의 기준축이 근본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의·식·주’ 대신, 이제는 식(食)·금(金)·주(住)가 새로운 3대 소비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과 보험이 의류를 밀어내고 핵심 소비 영역으로 부상한 점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입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일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소비 자체의 만족보다 자산 관리와 위험 대비를 우선시하고 있다. 실제로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금융 관련 소비의 중요도가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분야에 대한 만족도는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중요하지만 어렵고, 필요하지만 불신이 남아 있는 영역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의 진화라기보다 생존 전략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옷을 줄이고, 외식을 고민하며, 대신 금융과 주거 안정에 더 많은 판단과 계산을 들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식주에서 식금주로의 전환은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다.
한국 소비자가 무엇을 사고 싶은가가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으려 하는가를 보여주는 시대적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