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카드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연회비’와 ‘할인 혜택’이었다면, 최근 판이 바뀌고 있다. 이제 승부처는 어느 브랜드와 손잡느냐, 즉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다. 카드사들이 특정 기업·플랫폼과 결합해 만든 이 카드가 업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익성 압박 속 ‘선택과 집중’ 전략
카드사들은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수수료 인하, 금융 규제 강화, 소비 둔화라는 삼중고를 겪어왔다. 무작위로 고객을 늘리는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대신 소비 성향이 명확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는 PLCC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PLCC의 핵심은 단순 할인 카드가 아니다.
✔ 특정 브랜드 이용 빈도가 높은 고객
✔ 반복 소비가 발생하는 플랫폼 사용자
✔ 데이터 기반 맞춤 마케팅이 가능한 집단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투자’에 가깝다.
▲현대카드 독주 체제에 균열
PLCC 시장은 오랫동안 현대카드가 주도해왔다. 일찍부터 브랜드 제휴에 집중하며 다수의 파트너를 확보했고, 카드 포트폴리오 역시 업계 최대 수준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과거 현대카드와 손잡았던 주요 브랜드들이 다른 카드사로 이동하거나, 복수 카드사와 협업을 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파트너 교체’가 아니라, 카드사 간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브랜드가 ‘카드사’를 고르는 시대
흥미로운 변화는 주도권의 이동이다. 과거에는 카드사가 브랜드를 찾아갔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카드사를 선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대형 플랫폼이나 유통·항공·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카드사가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는지
·마케팅 실행력이 뛰어난지
·장기적인 공동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지
가 제휴의 핵심 기준이 된다. 즉, PLCC는 단순 금융상품이 아니라 플랫폼 간 동맹에 가깝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항공·패션’
향후 시장의 시선은 대형 IT 플랫폼, 항공사, MZ 소비층을 장악한 패션·커머스 기업에 쏠려 있다. 이들 기업과의 제휴 여부에 따라 카드사의 고객 구조와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기반 소비가 강한 기업일수록 PLCC의 데이터 활용 가치가 크다. 이는 카드사가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데이터 회사로 진화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PLCC는 ‘카드’가 아니라 전략이다
PLCC 경쟁은 단순히 카드 한 장을 더 파는 문제가 아니다.
✔ 고객 락인(lock-in)
✔ 데이터 주도 마케팅
✔ 플랫폼 간 세력 균형
이 모든 것이 얽힌 장기 전략 게임이다. 카드사들이 PLCC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카드업계는 “혜택이 좋은 카드”보다, “어떤 브랜드와 함께하느냐” 로 평가받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PLCC 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