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내 증시는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반도체와 성장주가 조정을 받는 사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던 금융주와 관련 ETF들이 꾸준히 수익률을 쌓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숫자는 분명하다. 일부 금융·배당 ETF는 올해 들어 50% 안팎의 성과를 기록하며 ‘조용한 강자’로 자리 잡았다

▲금융주가 다시 평가받는 배경

최근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다. 고평가 논란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실적 안정성과 현금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특히 국내 주요 금융사는 최근 몇 년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왔다. 직접 투자 시에는 세제 혜택 기대감도 거론되지만, ETF 투자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대신 배당 증가 → ETF 수익률 개선이라는 간접 효과가 누적되는 구조다.

▲‘금융 집중형’과 ‘고배당 분산형’, 성격은 다르다

금융 관련 ETF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격은 아니다.
금융업종 비중이 높은 ETF는 은행·보험 등 전통 금융주를 중심으로 구성돼,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고배당 ETF는 금융주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 우량주를 함께 담아 주가 상승과 배당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다.

전자의 경우 종목 수는 적지만 업종 집중도가 높고, 후자는 종목 수가 많아 분산 효과는 크지만 금융주 순수 노출은 제한적이다. 투자 목적에 따라 선택이 갈릴 수밖에 없다.

▲수익률 뒤에 가려진 체크 포인트

높은 수익률만 보고 접근하기에는 점검할 요소도 있다.
일부 ETF는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유동성 리스크가 존재하고, 보수(총보수·실부담비용률) 차이도 장기 투자 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또 배당 성장률이 높은 핵심 종목이 있어도, 전체 구성 종목 평균으로 보면 성장 속도가 희석될 수 있다.

결국 금융 ETF 투자는 “얼마나 올랐는가”보다
✔ 어떤 금융사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 배당 성장에 베팅하는지, 주가 모멘텀까지 함께 노리는지
✔ 연금·절세 계좌 활용이 가능한지
이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화려함보다 안정…시장의 시선은 이동 중

AI와 성장주가 다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 한편에서는 조용히 성과를 쌓는 자산이 주목받는다. 올해 금융 ETF의 성적표는, 투자자들의 이런 심리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말 포트폴리오 점검 시점에서 금융·배당 ETF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리스크를 낮추는 하나의 전략 축으로 고려할 만한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