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의 대표적 주거지인 노원구 상계·중계·하계 일대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랜 시간 재건축 논의만 반복되던 이 지역이 이제 ‘주거 중심 도시’에서 ‘자족형 복합도시’로 전환되는 출발선에 섰다.

서울시가 해당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면서, 노원 재건축은 개별 단지 문제가 아닌 권역 단위 도시 재편 프로젝트로 성격이 바뀌었다.

▲ 40년 된 택지, 다시 도시로 설계되다

상계·중계·하계동 일대는 1980년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에 따라 조성된 대표적인 택지개발지다. 주거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노후화·기능 단절·일자리 부족이라는 한계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다.
주택 수를 늘리는 동시에 일·주·문화가 결합된 구조로 도시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 고밀 개발 허용, 대신 ‘조건’이 붙는다

서울시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층·고밀 개발을 허용하되, 무조건적인 주거 확대는 허용하지 않았다. 일정 비율 이상을 업무·상업·문화 기능으로 채워야 하는 복합 개발 조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사람은 늘고, 낮에는 비는 도시”라는 기존 주거지의 한계를 넘기 위한 선택이다. 다시 말해 잠만 자는 도시가 아닌, 머무르고 일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 역세권을 ‘지나는 곳’에서 ‘중심’으로

이번 재정비에서 역세권은 단순 교통 요지가 아니다.
보행 동선, 상업 기능, 업무 공간, 커뮤니티 시설을 엮는 도시의 중심축으로 재정의됐다.

지하철 출입구와 단지가 연결되고, 주요 동선에 상업·생활 시설이 배치되며, 도보 생활권 개념이 강화된다. 고령자와 어린이의 이동 안전까지 고려한 설계가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 녹지·보행축, ‘붙이는 개발’에서 ‘엮는 개발’로

과거 재건축이 ‘건물을 더 짓는 일’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도시 공간을 다시 엮는 작업에 가깝다. 하천과 산, 단지 내부 공원과 보행로를 연결해 단절된 녹지와 동선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미관 개선을 넘어, 생활 질과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 노원 재건축의 의미, 여기서 갈린다

이번 마스터플랜이 상징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서울의 재건축이 더 이상 “집값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원은 그 시험대에 올랐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동북권뿐 아니라 서울 전반의 재건축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